박재욱 쏘카 "상장 자체를 목표로 한 IPO는 최악"

백승욱 루닛 의장 "남들이 먼저 했으니, 우리도 따라가자 안 돼"

인터넷입력 :2023/11/08 15:37

“기업공개(IPO),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준비 과정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왜 상장 기업이 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길 권장합니다.”

지난해 7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같은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 스타트업에서 상장사로 거듭난 두 회사 수장들은 IPO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왼쪽부터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백승욱 루닛 의장.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컴업2023에서는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사회로 ‘IPO 이후는 또 다른 세상이더라’ 퓨처 토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와 백승욱 루닛 의장의 IPO 경험담이 소개됐다.

쏘카는 비교대상기업(피어그룹) 선정 시 국내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적절하게 혼합했다고. 박재욱 대표는 단, 피어그룹 설정보다 회사 미래가치를 제시하는 데 무게를 뒀다. 박 대표는 “기업가치는 얼마큼 이익을 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내년, 내후년 이익이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략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비즈니스모델(BM)이 피어그룹 멀티플과 어디까지 맞닿았는지, 이용자를 기반으로 서비스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상장 1년이 지난 지금도, IPO 당시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열린 상장 기념 대북 타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쏘카가 상장 예열을 가했던 지난해 중순 썩 좋은 시장 상황이 아니었다고 박 대표는 부연했다. 그는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상장사로서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IPO를 추진하는 것이 좀 더 옳은 선택이라고 믿고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루닛 창업자인 백승욱 의장은 IPO가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백 의장은 “직원들 소속감이 늘어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게 눈에 띄었다”고 했다. 또 “우리 고객은 주로 큰 제약사와 병원 등 의료기관인데 상장사다 보니 사전에 알고 있거나,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느끼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 의장은 “항시 IR 관련 일정이 잡혀있어, 여기에 상당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라며 “직원들이 사내 최신 소식과 정보에 대해 외부 투자자들과 동일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박 대표도 “3개월마다 공시(실적) 의무가 있어, 비상장사 때보다 업무가 네 배 늘어났다”며 “주가는 매일 움직이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라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투자자들과 시장 간 소통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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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를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상장 자체를 목표로 한 IPO는 최악으로, 창업가로서 피해야 할 가치관”이라며 “충분한 고민 없이 돈 때문에 IPO를 고려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의장은 “남들이 ‘먼저 했으니까, 우리도 따라가자’보다는, 자기중심을 갖고 (IPO 시기를) 살펴보는 게 정답”이라며 “나스닥까지 범위를 넓혀, 앞으로 많은 창업가가 도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