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만 부활 '개콘'…'금쪽 유치원' 등 뜰까

생활입력 :2023/11/05 09:56    수정: 2023/11/05 11:05

온라인이슈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 2TV '개그콘서트' 부활에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다. 9월 tvN '코미디 빅리그'마저 12년 만 종방, 공개 코디쇼는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개콘은 2020년 6월 막을 내린 후 3년 6개월 여만에 돌아오는데, '또 생존 갈림길에 놓이지 않을까?'라는 걱정 어린 반응이 많다. 지상파·케이블 방송이 위기를 맞으면서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위주 코미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숏폼 홍수 속 개콘 스타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개콘은 1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코너 3개를 선보였다. '금쪽 유치원'과 '니퉁의 인간극장'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다. 선배 코미디언이 대거 출연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신인들이 주축을 이뤘다. 정통 코미디 매력은 물론 KBS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5월 크루 모집을 통해 새 얼굴을 찾았고, SBS TV '웃찾사' 출신부터 유튜브 스타까지 투입했다.

'금쪽 유치원' 이수경(왼쪽), 홍현호
'니퉁의 인간극장' 박형민(왼쪽), 김지영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조수연(왼쪽), 신윤승

금쪽 유치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이 진행하는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떠올리게 했다. KBS 29기 공채인 홍현호는 등장만으로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정종철, 오지헌, 박휘순 등을 잇는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나 귀해. 기쁨이 소중해'라는 대사를 반복, 저출생 시대 '금쪽이'가 된 아이들의 현실을 풍자했다. 이수경은 크루 모집을 통해 선발, 신선한 매력을 뽐냈다. 정범균이 선생님으로 분해 안정감을 더했다. 홍현호는 "10년 차"라며 "우리 기수 중 유튜브 스타는 많은데, 공개 코미쇼로 나온 스타는 없다. '개승자' 때 아직도 개그맨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다른 마음 안 먹고 공개 코미디만 해도 유명해지고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바랐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김상미 CP가 적극적으로 구애, 유튜브 채널 '폭씨네'를 개콘 무대로 옮겼다. SBS 공채 개그맨 김지영·박형민이 팀을 이뤘다. 필리핀 며느리 '니퉁'과 한국인 남편(박형민) 결혼생활, 시어머니(김영희)와 고부갈등 등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줬다. 공개 코미디쇼로 바꿔 수위는 낮아졌지만, 김지영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어눌한 한국어 실력 등은 동남아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폭씨네에서 실험카메라를 진행했을 때 베트남 사람도 "김지영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베트남인"이라고 확신했다.

"이 캐릭터로 KBS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개콘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다시 불러줘서 감사하다. 형민이가 '시골에 가서 '전원일기' 느낌으로 해보자'고 해 시작했다. KBS는 남녀노소 같이 볼 수 있는 채널 아니냐. 유튜브에선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외국인 며느리의 도발 등 수위가 높다. 개콘에선 시어머니와 고부 갈등을 통해 며느리의 통쾌함, 시어머니의 고충 등을 보여주겠다. 좀 순한 맛이라서 재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감안하고 봐달라."(김지영)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MZ세대 연애를 엿볼 수 있다. KBS 28기 조수연과 27기 신윤승이 뭉쳤다. 래퍼 데프콘을 닮은 조수연이 소개팅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자, 소극적인 신윤승은 당황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언급하는 등 수위도 나름 세다. 세 코너 모두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진 못했지만, 온 가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외 개그맨 신동엽 닮은꼴 남현승, 구독자 약 61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레이디 액션'(임선양·임슬), 약 35만명의 '하이픽션' 방주호 등도 영입해 기대가 크다.

개콘은 12일 오후 10시25분 제1051회로 다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1999년 7월 파일럿 '일요일 밤의 열기'로 시작, 2020년 6월 26일까지 지상파 3사 코미디쇼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했다. 개콘 폐지 후 2021년 11월 후속으로 '개승자'를 선보였지만,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개콘은 2%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떨어졌던 만큼, 부활 후 목표 시청률을 5%로 잡았다. 유튜브 콘텐츠 범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욱이 MZ세대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분 이내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 약 1시간 20분 분량 공개 코미디쇼를 쭉 이어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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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CP는 "공개 코미디는 예전과 그대로 이지만, 새로운 피를 수혈해 신선한 코너를 준비했다. 유튜브를 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있다"며 "유튜브, OTT도 재미있지만 부모님과 자식이 같이 보기엔 껄끄러운 부분이 있지 않느냐. 개콘은 부모님과 같이 봐도 어색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면서 세대 갈등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원효는 "시청자들과 같이 웃으면서 신인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며 "특이하게 코미디만 평가 받는 것 같은데, 시장에 매운맛만 있는 게 아니라 덜 매운 맛, 순한 맛도 있다. 다양한 맛을 찾아서 즐겨달라"고 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