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UAE·카타르와의 협력유망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을 제시했다.
이들 국가는 중동지역 중 우리와 교역량이 가장 많은 3개국이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체 GDP의 86%를 책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이들 3개국의 2022년 교역량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61.6% 증가했다. 이는 동 기간 한국의 대 세계 교역 증가율인 35.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는 82.1%(수입 90.7% 증가, 수출 31.6% 증가), UAE는 56.2%(수입 72.3% 증가, 수출 14.3% 증가), 카타르는 27.6%(수입 27.1% 증가, 수출 47.6% 증가)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2022년 기준 사우디로부터 원유(376.7억달러, 對 사우디 수입액 중 90.4% 차지)를 가장 많이 수입했고, 자동차(12.4억달러, 25.5%), 선박(3.7억달러, 7.7%), 무기류(2.8억달러, 5.8%) 순으로 많이 수출했다. UAE로부터는 원유(92.3억달러, 59.5%), 나프타(42.8억달러, 27.6%), 천연가스(6.4억달러, 4.1%)를 많이 수입했으며, 자동차부품(3.4억달러, 8.5%), 무기류(2.9억달러, 7.4%) 자동차(2.5억달러, 6.4%)를 많이 팔았다. 카타르에서는 천연가스(85억,달러 51.3%), 원유(48.9억,달러 29.5%), 나프타(24.4억달러, 14.7%) 등을 많이 수입한 반면, 철강관(1.1억달러, 20.7%), 자동차(0.6억달러, 10.4%) 등을 많이 수출했다.
■ 미래에너지·전기차 육성 의지 강력해 우리 기업에 큰 기회
대한상의는 이들 국가들과의 협력 유망 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을 꼽았다.
먼저, 태양광·수소 등 미래에너지 산업은 사우디·UAE·카타르 3국 모두 국가 주도로 강력하게 육성책을 펴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사우디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국가 발전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했으며, UAE는 ‘UAE 에너지 전략 2050’을 통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발전비율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4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 또한 ‘카타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총 전력 수요의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중동 지역의 경우 풍부한 일조량 등 우수한 기후 조건과 비교적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인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 수소 생산시설 확충에 최적화돼 있다”며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기술 경쟁력과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능력을 부각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중동지역에 진출할 기회가 충분히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중동에서 열릴 전기차 시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과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카타르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UAE의 경우는 2019년(1억달러) 대비 2022년 전기차 수입액(13.9억달러)이 3년 만에 13배 이상 증가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글로벌 컨설팅 회사 Arthur D. Little이 올해 발표한 전기차 준비 지수에서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중동국가들은 전기차 부품부터 완성차 제조에 이르는 한국의 자동차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케피코가 사우디 전기차 브랜드‘씨어(Ceer)’와 7천억원 상당의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건설 붐부터 지속된 신뢰관계 역시 중동지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실장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은 국가들이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 육성에 나선 것처럼 3국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기업 유치와 수요 진작에 나서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전기차 시장 초기 단계에서 상품성 높은 전기차로 시장 선점을 통해 전기차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고 현지 생산기지와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중동 지역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분쟁 요인 많아 방산수출 확대 가능성
대한상의는 방산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중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니파-시아파 갈등 등 분쟁이 잦은 한편, 풍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어 세계 최대 무기 수입지역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2022)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로 2위가 사우디(세계 전체 무기 수입량의 9.6% 차지), 3위가 카타르(6.4%)였다. 특히 카타르의 경우 2013~2017년 대비 2018~2022년 무기수입량이 311% 증가하는 등 무기를 꾸준히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사우디, 카타르의 경우, 2022년 기준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높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사우디, 카타르의 국방비 지출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높아 우리 방산산업의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무기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며 무기 납품속도가 매우 빨라 중동시장에서의 한국무기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에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방산분야와 연계시 중동 지역 내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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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한민국의 대 중동 무기수출은 2013~2022년 10년 동안 10배가량 증가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동 3국은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