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항상 고령층의 가까이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메테 키르케고르(Mette Kierkgaard) 덴마크 고령부 장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4일 우리나라에 온 그는 방한 이틀째인 25일 오전 서울 삼성동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덴마크 고령부는 일견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비교되지만 담당 역할과 권한의 폭은 훨씬 넓다. 고령부 자체 인력은 200명이며, 올해 예산은 2억 크로네(약 383억 원)다. 고령화 문제를 비롯해 주택 및 사회 문제도 담당한다. 고령부 자체 규모만 보면 결코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기준 지자체가 노령 관련 사업 예산은 550억 크로네(약 10조5333억 원)에 달한다.
메테 장관은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혁신적인 복지 기술과 기술의 현장 적용 사례를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덴마크와 우리나라가 당면한 고령화와 대응, 디지털 복지 기술의 현장 적용 과제, 치매 노인 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 개선 방안과 관련, 메테 장관은 부처 간 원활한 협력이 가능토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테 장관은 현재 고령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법안을 설명하면서 그는 “제대로 된 관계없이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고령층 존엄 지켜주는 통합 프로그램 적용”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첫 번째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바로 당신과 하는 것이다(웃음). 장관 부임 이후 첫 번째 해외 순방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이 혁신적으로 앞서가는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돌봄 분야의 신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기술이 어떤 형태를 갖고 있는지를 실제로 보면 정치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기술 관련 전문가와 만날때마다 영감을 받곤 한다. 기술이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감동적이다.”
-한국과 덴마크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다. 덴마크 고령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인구변화 측면에 있어 한국과 덴마크가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그 중 하나가 고령화 문제인데, 사실 고령화는 좋은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발생시키는 여러 문제의 해법으로 복지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복지 기술 선진국이고 이를 이행하는 혁신적인 모습들을 빠르게 보여준 국가다.
사실 복지 기술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고령층에게 넓고 깊이 있는 자유도를 제공한다. 또 한국과 덴마크 두 나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고령층의 돌봄을 위한 양질의 인력을 유지하고 찾는데 어려움이 겪는다는 것이다. 복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인력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국가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복지 기술은 고령 인구의 높은 자유도, 인력 부족 문제 해결, 경제 기여란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윈윈윈(win-win-win)’ 전략이다.”
-고령인구가 늘면 노인성 치매 환자도 증가한다. 고령부는 치매 고령층 관리를 위한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실제로 덴마크는 치매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 때문에 보건부는 여러 치매 관련 사업과 대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고령부는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책의 대상은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돌봄을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그들이 윤택하고 즐거운 삶을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단순히 치료제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돌봄이 필요하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사회·환경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령부가 보건부가 협력하고 있다.”
-그 통합 프로그램의 기본 작동 관점(혹은 철학)이 궁금하다.
“프로그램의 핵심 기조는 항상 치매를 앓는 고령층의 곁에 전문가를 두고 치매 환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환자들이 요양시설 및 병원에만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닌, 자연과 사회 속에서 활동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삶을 영위토록 하자는 관점 하에 운영된다.”
-고령부 운영 철학 또한 고령층의 존엄을 지키는 방향과 연결된다고 이해해도 되나.
“그렇다. 우리 부는 고령층의 질환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존엄을 지키며 삶을 지키는 자세를 유지토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결국 이것이 가능하려면 치료를 위한 의료적 요소와 함께 사회적 해결책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생산인구가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것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세대 간 갈등이 존재한다. 덴마크는 어떤가.
“현재 덴마크에서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세금으로 부양하는 것에 대해 큰 이슈는 없다. 덴마크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협력을 쌓아온 오랜 역사가 있다. 덴마크의 복지 체계는 오래되었고, 사회 구성원들도 그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시민단체·정치권·기업·시민들이 이해당사자로서 참여했다. 덴마크인들은 세금을 많이 내지만, 복지제도가 단단하다고 본다. 보건의료·노인 돌봄·교육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복지 혜택을 충분히 누린다고 느끼기 때문에 세금 부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없다. 시민-정부, 시민-시민 사이에 단단하고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 등 심각한 충돌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다.”
“소통 가능한 제도 뒷받침이 필요하다”
-고령화 대응을 위해 행정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각 중앙부처의 파견 인력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경우, 역할과 권한의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덴마크 고령부는 협력이 원활한가.
“정말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부처 간 조율과 협력은 제대로 된 사업 수행과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정부 조직은 효율성을 위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운영될 수 밖에 없고 업무 분장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협력을 위한 방법으로 ‘소통’ 만큼 좋은 것은 없다.
부처 간 소통과 대화의 방식은 각기 다른 부서라 해도 상호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덴마크 고령부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건부 장관이 참여한다. 보건부도 보건의료 체계 개편을 구상하고 있고, 여기에 고령부의 역할이 포함된다. 결국 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심화되고 공고해지는 식이다.
또한 시민단체, 노동자,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대화의 창구도 여럿 마련되어 있다. 민간의 목소리가 여러 행정부처로 전해지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이 다수 운영되는 부분도 소통의 방법 중 하나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긴 하지만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덴마크에서는 소통이 가능하게끔 강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360도케어(통합케어)’가 대표적인데, 노인 돌봄에는 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교육·의료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 하에서 고령부가 결정권을 갖고 언제, 어떻게 특정 고령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탄력성이 있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은 파편화된 체계에서 통합된 체계로 운영되도록 만든다. 이를 토대로 부처 간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덴마크 고령부의 규모와 인력, 예산이 궁금하다.
“덴마크는 중앙정부와 98개의 지자체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예산은 지자체에서 운용된다. 지난해 기준 지자체가 노령 관련 사업 예산은 550억 덴마크 크로네(약 10조5333억 원)였다. 고령부는 고령 뿐만 아니라 주택과 사회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 세 분야 모두를 합친 올해 예산은 2억 크로네(약 383억 원)다. 산하 정부 기관에서 고령 관련 사업 예산은 9000만 크로네(약 172억 원)다. 고령부 인력은 200명이다.”
-복지 기술을 덴마크 고령화 정책에 적용한 사례는.
“98개 지자체에서 노인을 위한 보조기술과 디지털 솔루션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비디오 콜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이 프로그램은 노인의 주요한 사회적 활동을 제외한 약 복용 여부 확인이나 기본적인 노인 상태 모니터링은 등 단순 방문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비록 선진화된 복지기술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전 지자체로의 확대·적용은 다른 문제다. ‘디지털 비디오 콜 프로그램’도 지자체 절반 정도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격 프로그램도 4분에 1 정도의 지자체에서만 적용되어 있다.
결국 많은 복지기술의 확대 적용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지자체가 선진화된 복지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게끔 장려하는 게 중앙부처의 역할이다. 한국에 와서 배우고 싶은 것도 기술을 어떻게 현장에 확대 적용하고 있는지다.”
-복지기술의 지자체 활용이 더딘 이유는 정치 구조적인 영향 때문인가.
“사업 이행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지자체가 많다. 중아에서 지자체에 복지기술을 활용하라고 지시해도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실제 이행 역량의 문제와 지자체 예산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및 이견이 존재한다. 때문에 지자체가 복지기술에 투자하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역량 향상 지원이 필요하다. 역량도 더 쌓여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뿐만 아니라 실제 서비스 당사자인 고령층, 기술 전문가 등과의 협력과 대화가 필요하다.”
-한-덴마크 병원 네트워크 사업이 진행된 바 있는데, 두 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상이해 협력이 쉽지 않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덴마크 지자체와 우리 기업 또는 병원 간 이른바 ‘핀셋’ 협력은 해봄 직하지 않을까.
“동의한다. 지난 2021년 덴마크와 한국은 MOU를 체결하고 서로 간 정보 및 모범사례를 공유에 합의했다. 현재 덴마크는 중앙 및 지방 정부와 한국과의 다양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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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인 지원은 일차원적이다
메테 장관은 준비 중인 고령화 법안이 있다고 했다. 법안의 세부 내용까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방향성은 짐작할 수 있었다.
고령층의 각기 다른 니즈가 존재합니다.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그들과 가까이에서 대화해야 하죠. 덴마크의 철학자는 ‘제대로 된 관계없이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항상 노인과 가까이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의 필요를 파악해야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메테 장관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및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연이어 만났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 입장에서 덴마크의 노력은 어떤 영감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