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전기차 견제 본격화...'K전기차' 반사이익 누리나

성장 중인 K전기차·배터리 단기 수혜 가능성·경각심 동시 대두

디지털경제입력 :2023/09/18 17:46    수정: 2023/09/19 14:17

이한얼, 김재성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 옥죄기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EU 시장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전기차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제재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장이었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례 연설을 통해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를 직격했다.

EU 행정부 수반격인 우르줄라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산 전기차 제재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 없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EU는 앞으로 13개월 동안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전기차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해 EU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누리고 있는 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EU가 조사결과 중국산 전기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산 전기차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 中 전기차 지배력↑... EU, 보조금 조사로 정조준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산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그 결과 중국산 전기차들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 영향력을 누리면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키워왔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보다 EU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27.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EU는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10% 관세만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관세효과를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는 EU 시장에서 역내 기업에 비해 최대 2만 유로(2천830만원) 가량 가격 우위를 누리고 있다.

EU 청사

덕분에 중국은 EU에서 친환경차 수출량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에너지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 전체 수출량 (93만6천625대) 중 약 48%(45만792대)를 EU시장에 판매했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80만대는 무난하게 판매할 것이란 평가다. 

중국산 전기차의 EU 시장 점유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3.8%였던 중국산 전기차의 EU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엔 10.1%까지 확대됐다. 현지 업계는 중국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2년 내 점유율 1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EU, 역내 기업 경쟁력 제고…반서방 진영 산업 의존 탈피

EU의 이번 조치는 결국 확대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 한편 2035년 본격적인 내연기관 퇴출 공식화를 앞두고 역내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에 방점이 찍혀 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공식화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해 역내에서 친환경 산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만일 중국산 전기차 주도권 확대에 제동을 걸지 못 한다면 BMW·메르세데스벤츠 등 역내 기업의 경쟁력도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다. 

비야디의 전기차 모델 탕 시리즈 (사진=비야디)

시야를 확대해보면 반서방 진영에 대한 깊은 불신도 숨어있다. EU는 천연가스 전체 소비량 중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는데 지난해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대규모 에너지난을 겪은 바 있다.

EU가 최근 유럽 경제 안보에 대한 논의의 기초가 될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EU의 중국 배터리 의존도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만큼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는 이미 10년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태양광 패널에 실패를 경험했다”며 “EU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내 전기차 업계 반사효과 볼까? 조심스레 "수혜 가능성"

EU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로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수혜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중국산 전기차에 15% 이상의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기업들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중 유럽시장 판매량 비율은 15.73%(57만5천432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67만2천15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시장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10%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N 실차 전시 현장 (사진=김재성 기자)

결국 이미 성장 중인 현대차 그룹이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등이 갖는 가격경쟁력을 상쇄해 성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EU가 역내 위주의 친환경차 산업을 노리는 만큼 현지 생산공장을 확충할 필요성도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EU 역내 생산공장은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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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코마롬에 위치한 SK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

국내 배터리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71%로 CATL을 제외하면 압도적이다.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의 배터리만을 탑재하고 있고 특정국 원자재 공급망 제한을 골자로 한 핵심원자재법(CRMA) 등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 고무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전기차 부품 산업이 중국의 빠른 내재화 성장에 뒤처질 수 있어 국내 투자를 늘리고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