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연령 제한' 두고 갑론을박..."대출증가 주범" vs "4050 역차별"

생활입력 :2023/08/16 08:51

온라인이슈팀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젊은층으로 대출연령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장년층 등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은 차주가 상환기간이 긴 초장기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과 대출차주들은 당초 50년 주담대 도입 취지가 고금리 시기에 원리금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고, 주담대를 수십년간 상환하는 차주도 드문 만큼 연령제한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와 은행 창구 등에 50년 주담대 연령제한 소식에 대한 지적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50년 주담대를 꼽고, 은행별 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811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국은 50년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상품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50년 초장기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다. 먼저 청년·신혼부부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에 도입됐고, 이어 시중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 초 40년 주담대를, 지난달부터 50년 주담대를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2023.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대출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은행에 갚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5억원을 40년 만기, 연 4.4% 금리, 원리금균등분할 조건으로 빌렸을 경우 월 원리금은 약 222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출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원리금은 206만원으로 16만원 줄어든다. 30년만기(월상환액 250만원)와 비교하면 원리금 부담은 44만원 줄어들게 된다.

원리금이 줄어들면 DSR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연 4.4%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DSR 40% 적용 시 최대 3억33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의 경우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한도는 4억300만원으로 7000만원 더 늘어나게 된다.

50년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 수요제한 방안 중 하나로 연령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젊은 층에 비해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중장년층이 상환기간이 긴 초장기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50년 만기의 가입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50년 주담대는 신한은행을 제외하곤 별도의 나이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40~50대 중장년 차주들을 중심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초장기 주담대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차주의 평균 상환기간은 7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을 만기까지 이용하지 않고 그 전에 갚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이와 만기를 연관 지어 젊은 층만 이용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초장기 주담대를 처음 도입할 당시 월상환액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이지, 80세 이상까지 갚으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감정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입현황을 보면 30대 이하 매입비중이 올해 5월 38.24%, 지난해엔 42.3%까지 치솟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세는 5060세대가 아닌 2030세대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대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올해 2분기 역대 최고인 0.44%까지 올랐다. 40~60대 연체율(0.20~0.21%)의 2배가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근속기간을 보면 젊은 층이 만기까지 소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50년 주담대의 DSR 우회를 차단하려면, 연령제한이 아닌 DSR 산정주기를 조절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50년 주담대 연령제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제기되자 금융당국도 아직 정해진 방안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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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필요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도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