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기 힘들면, 모두 다 함께 걸어봅시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㊳ 스왈라비 정해권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07/31 13:27    수정: 2023/07/31 13:37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혼자 걷기 힘들면, 모두 다 함께 걸어봅시다”

걷기가 몸에 좋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몸에만 좋은 게 아니다.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 예찬은 끝이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정의했다. 호모 비아토르는 ‘길을 걷는 사람’, 즉 ‘여행하는 인간’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걷기는 곧 ‘인생’이기도 하다. 배우 하정우는 그가 쓴 에세이 책 제목을 ‘걷는 사람, 하정우’라 했다.

현대 도시인은 그러나 조상들만큼 걷기에 익숙하지 않다. 자동차를 비롯한 발전된 이동수단이 걷기를 대체하고 있는 탓이다. 근대 이후에 발견된 새로운 질병들이 이와 무관하다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거다. 현대 도시인은 조상들과 달리 일부러 시간을 내 운동 삼아 걷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해권 스왈라비 대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하나로 8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해권 스왈라비 대표

■ 걷기에 보상 개념을 도입하다

정해권 스왈라비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 시절 스마트폰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미국에서 대학(인디애나대학교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을 다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아 사내 벤처를 양성하는 C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당시 제안한 아이디어가 ‘워크온’. 이를 통해 2015년에 스핀오피했다.

“스마트폰이 안착하면서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도 주목을 끌었는데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부분 생체지표를 측정해 기록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죠. 이용자에겐 지속적으로 써야 할 유인이 적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걷기의 경우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정 대표의 당시 생각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열풍이 불면서 떠올랐던 보상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당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열풍이 불기 전이다. 암호화폐와 무관하게 우연히 ‘보상’이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문제는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것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한때 불었던 열풍과 달리 사업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사용자가 실감할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과 보상 개념을 도입할 때 재원 해결이 지속가능하느냐는 문제다.

“보통 보상 재원 마련 경로는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마케팅과 광고 그리고 자기자본 등이죠. 마케팅과 광고는 그 플랫폼을 이용하고자 하는 제휴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자기자본은 일단 사람을 모으기 위해 사업 주체가 자기자본을 통해 코인 등을 발행하는 형태죠. 우리는 코인을 발행하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든 보상 개념을 도입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재원을 마련하는 게 최대 숙제라 할 수 있어요.”

■워크온, 커뮤니티로 문제를 풀다

정 대표는 보상 문제를 풀기 위해 커뮤니티를 생각했다. 워크온의 모토가 ‘함께 해서 더 즐거운 건강관리’인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다.

스왈라비 걷기 앱인 '워크온'

“서울시가 시민 건강을 위해 걷기 캠페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할 사업자가 필요했죠. 우리가 워크온을 내놓은 게 2016년이에요. 입소문이 조금 낫는지 우리가 참여하게 됐죠. 정식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시민 걷기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이 때 개별적으로 걷는 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함께 걷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커뮤니티 기반은 그렇게 나왔어요.”

워크온은 걷기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인데, 이때부터 주로 개인이 사용하는 무료 앱과 주로 기관이 쓰는 유료 앱 두 가지 형태를 갖게 되었다. 

■“워크온의 보상 주체는 주로 기관이죠”

지자체 보건소 학교 등 공공기관은 구성원의 건강관리에 걷기를 도입할 수 있다. 구성원의 건강 증진을 위해 기관 내에서 금연 캠페인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걷기를 장려함으로써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워크온은 이런 기관을 시스템으로 지원한다.

“구성원 사이에 걷는 일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요. 걸음 수 챌린지나 기부 챌린지 그리고 길 따라 걷기 챌린지 등이 그것이죠. 걸음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면 재미 요소가 늘어나죠. 유료 모델은 이 모든 과정을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비용이라 할 수 있죠.”

보상은 이런 이벤트 속에서 주어진다.

“각 기관이 캠페인을 하면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체 예산으로 작은 상품들을 내걸어요. 워크온의 보상 시스템은 그것이라 할 수 있죠. 보상을 금전적인 이득으로 보는 게 아니라 더 재미있게 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하는 것이죠. 그게 더 지속가능한 모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도 임직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워크온을 이용하는 회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워크온에 개설된 걷기 커뮤니티는 5만3천여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유료 이용자인 기관 커뮤니티만 해도 1천개가 넘는다.

스왈라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걷기의 사회적 영향에도 주목하죠”

뻥 뚫린 넓은 도로와 그 옆으로 대형 고층 건물이 들어선 신도시와 작은 골목 사이로 낮은 건물이 옹기종기 들어찬 구도시의 서로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의 여부일 수 있다. 

신도시의 경우 자동차로 포인트에서 포인트로 이동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곳도 적지 않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골목상권도 무너진다. 대신 대형 건물 속으로 상가와 사람들이 밀집하게 된다. 

“걷기는 개인적으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지만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봐요. 자동차를 덜 타면 환경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도시의 길거리를 많이 걸으면 소상공인 중심의 골목상권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작게 시작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길을 걷는 사람들이 워크온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모두 윈윈하는 연결방법을 찾고 있죠.”

■“종합 건강 관리 서비스로 변할 겁니다”

정해권 대표는 걷기에서 출발해 고혈압, 체중관리, 당뇨 등 만성질환까지 대응할 수 있는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걷기 중심으로 활동량 관리 노하우가 쌓이다보니 건강한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진료나 처방은 우리의 영역은 아니지만 만성질환의 경우 섭취 문제나 증상에 대한 지식 등 더 널리 공유돼야 할 사안도 많지요. 걷기에 관심이 있는 분은 건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고 이에 대한 앎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조만간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사업은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처음에 우리가 계획한 일이긴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며 고객 피드백을 소중히 살피다보니 서비스가 나아갈 길이 더 명확해지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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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때로는 전근대적인 게 더 좋은 것도 있다. 걷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정 대표는, 걷기에 관한 한 지금보다 더 좋았던 전근대로 돌아가기 위해 첨단기술로 해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말씀: 정해권 스왈라비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푸드테크 기업 마켓보로의 임사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