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子 성장하길 바랐다"…고소당한 교사 경위서 공개

생활입력 :2023/07/28 08:00

온라인이슈팀

웹툰 작가 주호민에게 아동학대로 고발당한 특수학급 교사가 작성한 경위서가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교사는 "순간 지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주호민의 자폐아들이 성장하길 바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27일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위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9월5일 통합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통합학급 수업 도중 주호민 아들인 A군이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리는 행동을 했다. 큰 충격을 받은 여학생은 등교를 두려워했고, 이는 곧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됐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특수교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경위서. (온라인 커뮤니티 길무리)

피해 학생 부모는 A군의 강제 전학과 분리 조치를 원했지만, 해당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통합학급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이에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를 통해 특수교사의 지원 시간을 최대한 A군에게 배정하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으로 해당 학교폭력 사건을 종료했다.

특수교사는 "이 회의가 A군 학부모님께는 A군의 성적 행동에 대한 처벌만을 논하는 형국이 돼 많이 속상하셨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녹취된 날은 지난해 9월13일로, 당시 교사는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이해시키려 A군에게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고, 이 행동 때문에 친구들을 못 만나고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교사는 "교실 밖을 뛰쳐나가려는 A군을 제지하기 위해 단호한 어조로 다소 부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해서 검찰에 기소됐다"고 적었다.

교사는 "이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하고자 한 것일 뿐,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음을 맹세한다"면서 "A군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교실 밖 나가는 것을 막아 학교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9월19일 교사는 A군 부모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다는 것을 알아챘고, 9월21일 경찰로부터 아동학대 신고 사실을 듣게 됐다.

교사는 "같은 해 12월15일, 녹음기에 녹음되지 않은 앞뒤 상황들은 모두 무시한 채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12월27일 검사의 수사를 거쳐 불구속 구공판 처분을 받고 현재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교사는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직업군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인지라 학교 폭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사안을 특수교사 개인이 오롯이 떠안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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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순간 격양된 표현을 사용해 학생을 지도했던 그때 상황이 속상하고 사건의 처리 과정 속에 지쳐버린 저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들을 교사로서 잘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A군이 그만큼 더 성장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