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컨설팅 테크 인사이트⑭] 세계 게임산업, 올해도 M&A 열기 뜨거울 듯

미디어&엔터기업과 사모펀드까지 게임에 눈독들여...올해 25% 증가 전망

전문가 칼럼입력 :2023/06/24 18:38

크리스 아켄버그 딜로이트글로벌 리서치매니저

게임업계 인수합병(M&A) 열기가 여전히 뜨거울 전망이다. 게임업체들 뿐 아니라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 지식재산(IP) 쟁탈전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게임과 게임사의 가치를 높였다. 게임은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로 재평가 받았다. WHO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이 게임을 장려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의 양대 축 중 하나로 게임이 자리 잡으며 게임사에 대한 평가 가치가 높아졌다. 때마침 투자 열풍도 불었다. 게임 기업들의 상장 소식은 지난 2년간 계속되었고, 투자사들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게임사 혹은 게임 기술 기업들에게 투자하며 막대한 자금이 게임산업에 유입됐다.

비디오 게임 업체들이 승승장구하며 업계 M&A에도 불이 붙었다. 2022년 한 해 게임업계 M&A 건수가 분기비 평균 30% 증가, 증가세가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에는 약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M&A는 게임 서비스 가입자와 IP를, 소형 M&A는 기술과 웹3 솔루션을 각각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2년에는 워낙 기록적인 규모의 M&A가 여러 건 성사됐기 때문에, 2023년 M&A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22년에 성사된 다수의 빅딜이 기름을 부은 격이 돼, 2023년에는 M&A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3 전체 M&A 규모는 전년비 감소하겠지만, 여전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게임산업 진입

비디오 게임 시장은 이미 급성장하던 차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에 따른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호재를 맞았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대면 엔터테인먼트 활동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게임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특히 젊은층 게이머들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통해 게임과 사회화를 함께 즐기면서 인게임(in-game) 굿즈와 콘텐츠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와 경험, 사업모델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게임콘솔 공급망은 차세대 경험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수요에 맞춰 전력질주에 나서기 전 몸을 풀고 있고, 게이머들이 오매불망 기다렸으나 2022년 출시가 연기됐던 상당수 게임이 2023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 인구 기반을 확장하고 게임산업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은 다름 아닌 혁신이다. 딜로이트의 ‘2022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2022 Digital Media Trends)에 따르면, 대부분 밀레니얼과 Z 세대, 그리고 일부 X 세대로 구성된 미국 소비자 2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는 주간 평균 11시간을 게임에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장 조사 업체는 2022년 말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는 인구가 전 세계 30억 명에 달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판매, 게임 서비스 가입자, 인게임 가상 굿즈와 콘텐츠 구매 증가에 힘입어 2022년 전 세계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200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시장이 이처럼 활황을 보이자, 경쟁관계 게임업체들 또는 성장일로 시장에서 한 몫 잡으려는 여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줄지어 M&A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게임 서비스 가입자와 IP를 두고 인수 경쟁을 벌이며, 게임 생태계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 업체들을 흡수하고 있다.

 전면 인수가 불가능할 경우 생태계 내 핵심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대체로 젊은층 소비자를 잡아두기 위해 게임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영화와 스트리밍, 게임 전반에 걸쳐 더 많은 IP를 개발하기 위해 게임업체를 인수해 프랜차이즈의 핵심 부문으로 흡수하기도 한다.

새롭게 등장해 시장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는 웹3 업체들은 초기 단계 메타버스 경험을 내세우며 사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웹3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산업에는 이미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인수자들은 든든한 완충장치에 보호받으면서 첨단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 구하기 힘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게임업체들이 이처럼 매력적인 M&A 대상인데도, 올해 M&A 규모가 2022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이유는 무엇인가? M&A 규모 자체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겠지만, 주식시장 전반이 하락 추세인 관계로 게임업체들의 기업가치도 하락하고 있어 인수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M&A 액수를 낮추기도 하지만 더 많은 M&A를 촉발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잠재적 인수자들이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주요 M&A 기회는 현금이 두둑하고 장기적 시야로 산업을 조망하는 인수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게임산업 전반의 회복력도 도마에 올랐다. 2022년 하반기부터 게임 서비스와 인게임 구매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데다 여름부터 대면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급증한 탓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2023년에 게임산업 매출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서비스 가입자 수와 인게임 구매가 계속 감소한다면 2021년과 2022년에 나타났던 게임산업 급성장은 지속적 추세라기보다 팬데믹 호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2022년에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M&A가 여러 건이나 성사된 만큼, 게임산업은 견고한 성장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분기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게임 M&A가 성사됐고(현재 규제당국 승인 절차 중), 수 십억 달러 짜리 M&A도 두 건이나 성사됐다. 세 건의 M&A 규모를 합치면 600건을 합쳐 약 600억 달러로 추정되는 2021년 총합 규모를 능가한다. 이러한 몇 건의 빅딜로 소수의 대형 게임업체들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산발적이었던 게임산업을 정리하면서 경쟁, 통합, 집중화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2023년에는 막대한 현금 자산을 내세운 빅테크 기업들도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M&A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임산업 재편 움직임

2022년 초부터 시작된 게임산업의 M&A 열풍은 새로운 게임 퍼블리싱 채널인 구독서비스 경쟁력 강화, IP 확보 경쟁이자 동시에 빅테크 진영의 메타버스 경쟁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빅테크 진영의 경쟁에서 발생한 유탄이 게임산업을 직격한 것이라고 해석하더라도 게임산업의 산업구도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M&A 확산 전망의 원인으로 게임사들이 성장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의 게임사가 성장하는 방법은 작품성이 높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뿐이었다. 이는 점점 더많은 돈과 시간의 투입을 요구하는 반면 성과는 도박에 비유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컸다. 

점차 게임사의 규모가 커지고 자금력이 갖춰지며 소규모 게임사를 인수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것보다 성공확률이 높다는 게 증명되었다. 여기에 2020년을 기점으로상장하는 게임사들이 급증했고 투자도 확대됨에 따라 빠르게 성장해야할 압박이 증가했다. 게임산업에서 M&A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드레이크 스타 파트너의 애널리스트 미셀 메츠커(Michael Metzger)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에게 기대하는 것은 성장과 규모라고 지적하며 “성장은 조직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많은 경우 기간이 필요하다. 게임의 경우 하나의 타이틀 제작에 수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투자 유치 증가가 단기내에 실적 도출 압박으로 이어지고, M&A를 통한 규모 확대를 통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대형 게임사도 자유롭지 않은 문제다.

MS처럼 역대 기록을 갈아치울 규모의 M&A가 또 발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일으킬만한 인수 발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TGA(The Game Awards) 제작자 제프 케일리(Geoff Keighley)는 SNS를 통해 “다수의 관계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깜짝 놀랄만한 큰 M&A가 최종 협상 단계에 돌입했다.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의 연이은 대형 M&A 의미와 전망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 부문에서 M&A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으나, 게임업계는 유독 활활 타오르고 있다. 2023년 게임업계 M&A 규모는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그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 M&A 움직임은 계속 가속화될 것이며, 특히 소형 딜이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체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갈수록 더 많은 돈을 지출하려는 게임 인구 기반을 확보하고 ▲소셜게임의 페어플레이와 콘텐츠 모더레이션(moderation, 수위 조절)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툴과 기술을 확보하고 ▲절차적 환경 생성(procedural environment generation)과 이용자 딥애널리틱스(deep analytics), 애드테크(ad tech) 등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화폐 시장의 약세장 장기화)와 가상 부동산 시장 약화에도 불구하고, 새로 부상하는 메타버스와 웹3 솔루션의 잠재력에도 베팅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미디어 IP와 게임, 메타버스의 융합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굳히려는 선도적 게임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콘텐츠다. 이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들은 콘텐츠 저작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토리가 바탕이 되어야만 영화와 비디오 스트리밍, 게임을 통해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우주’를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제작사들이 스트리밍과 게임 분야에서도 점차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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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M&A가 증가하면서 서방과 아시아 게임시장도 통합되고 있다. 2022년 다수의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들이 아시아 게임업체들의 지분을 인수했다. 아시아 게임 인구를 흡수하고 서방에서도 인기를 끈 작품의 IP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의 주요 게임업체들도 서방 게임 자산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투자 행보를 보였다. 이제 게임은 글로벌 비즈니스가 됐으며, 게임산업 M&A 열기는 업계 내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부문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영화와 TV 제작사,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셜네트워크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뿐 아니라 사모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까지 게임산업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23년 한 해는 불확실성으로 점철되겠지만, M&A를 성장 전략으로 보는 많은 리더들은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장기적 성공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 아켄버그 딜로이트글로벌 리서치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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