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 석권을 위한 국내 완성차, 배터리 기업간 동맹이 점차 굳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SK온과 북미 합작법인 설립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특히 SK온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2조원대 차입금을 조달받는 등 북미 시장 확장을 위한 국내 기업간 구도가 명확해졌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6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생산규모 3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체결을 알렸다. 양사는 5조7천억원을 투자해 2025년 완공 목표로 건립을 추진한다. 이번 생산 규모는 전기차 약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앞서 현대차는 SK온과도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6조5천억원을 투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SK온에 2조원의 차입금도 대출해줄 예정이다. 현대차가 1조2천억원 기아가 8천억원의 차입금을 지원하는데 대규모 차입금은 양사의 합작공장 건립에 사용될 전망이다.
당초 3사간의 합작은 지난해 말부터 수면 밑에서 적극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는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한 반면 SK온과는 단순 배터리 공급 협력 강화 정도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을 깬 이번 발표로 국내 기업 간 북미 시장 동맹구도가 공식화된 것이다.
관련기사
- LG엔솔-현대차, 5.7조 투자해 美에 배터리 공장 건립2023.05.26
- LG엔솔, 오창에너지플랜트 첫 공개...2170 원통형 배터리로 시장 도약2023.05.25
- 현대차그룹, SK온과 美 배터리 공장 합작법인 만든다2023.04.25
- [컨콜] SK온 "현대차 북미 합작공장 캐파 35GWh…설비투자 50억불 전망"2023.05.04
장고 끝에 합작법인 설립이 결정된 건 3사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도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북미 현지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배터리 공급선을 확대해야 하는 처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역시 IRA로 빠르게 수요가 확대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3사간 합작은 '윈윈'이라고 평가된다.
3사의 합작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이면 현대차는 약 60만대 분의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2022년 북미 시장내 신규 등록 전기차 대수가 약 60만대를 상회하는 수준인 것을 견줘볼 때 현대차는 한 해 동안 북미 시장에서 총 판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여력을 갖추게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