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중국)=박수형 기자>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항구에 작업자가 없다. 수십 미터 상공의 크레인에 사람이 오를 일도 없고,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럭도 스스로 움직인다. 인건비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도 줄였고 작업 중 사고 위험도 사라졌다.
무인 항구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중국 텐진항 이야기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화웨이 캠퍼스 내에 고객사와 미디어 대상으로 자사 기술력과 솔루션, 사업모델(BM) 등을 전시한 다윈홀에서는 5G 통신을 적용한 텐진항의 스마트 항만 기술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컨테이너를 선적한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5G 원격조정이 이뤄지는 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60미터 높이에서 바닥으로 아래만 내려봐야 했던 작업자는 10km 밖의 원격조정실에 앉아 조정할 수 있다.
거대한 항만시설 내에서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직원이 머무는 거주지역과 항구의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불편을 덜기 위해 도심 내의 원격조정실에서 컨테이너 운반 일을 할 수 있게 5G를 활용했다.
텐진항은 10km 떨어진 곳에, 상하이항은 100km 떨어진 곳에 원격조정실을 갖췄다. 바다 내음도 맡을 수 없는 곳에서 항만 업무를 하면서 공간의 제약을 없앴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육지에 주차된 트럭으로 옮기면 이 역시 사람 없이 움직인다. 항만 내에 구축된 5G 통신 환경의 도움을 받아 컨테이너를 나르는 트럭들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 상하이항과 닝보항 역시 자즁주행 항만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무인화, 자동화 등의 기술로 항만 관리에 쓰이는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탄소 배출을 감소하는 성과까지 얻었다고 한다.
B2B 5G의 대표 사례로 일컫는 스마트팩토리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2에서 중국 내 프라이빗 네트워크(특화망)이 구축된 공장이 3천 개가 넘어섰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1년여가 지난 뒤 본사 다윈홀에서는 6천 개가 넘는 상용 사례를 갖췄다며 소개했다.
다윈홀에서 제시한 스마트팩토리 사례는 슈나이너일렉트릭이다. 스위치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제조 품목이 1만여 종에 달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제조 효율을 올리기보다 다양한 수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과제인 회사다.
이에 따라, 공장에 5G 무선 통신 환경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제품의 생산 요청이 들어오면 모듈로 구성된 공장 생산라인이 제조 품목과 수량에 따라 변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생산 주문 시점부터 고객에 인도하는 시간이 4주가 걸렸는데, 이를 단 4시간으로 줄였다.
유연한 제조 환경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점이 눈길은 끈다.
화웨이는 또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동통신사를 금융 회사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제시했다. 케냐의 경우 넓은 국토에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은행이나 ATM 등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화웨이가 구축한 무선 통신 커버리지는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케냐 이통사와 ‘모바일 머니 2.0’ 사업을 전개하면서 실물 화폐를 주고받는 대신에 모바일을 통한 결제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나아가 모바일 결제 패턴 등의 데이터로 신용정보를 따지면서 모바일 대출 서비스까지 가능케 했다. 이통사가 취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비즈니스까지 가능케 한 것이다.
국내선 좀처럼 확산 보급이 쉽지 않은 5G B2B 사업이 해외선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G 통신의 가치를 높이는 점은 단순히 B2C 사업 세계 최초 상용화보다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통신사의 B2B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고객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B2B 레퍼런스로 제시한 독일의 아우디와 BASF, 태국의 쏨분그룹과 SCG, 쿠웨이트의 석유 채굴 회사,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등 세계 각국의 기업은 5G로 혁신의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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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특화망 도입이 국내선 초기 사업자 선정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전세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연간 2~3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의 특화망 매출은 2억 달러 규모에서 2021년 5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3억 달러(약 1조7천400억원)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