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韓콘텐츠 투자 양면성 경계해야"

국회 토론회…"국내 파이 키웠지만 IP 내주고 하청공장 전락 우려"

방송/통신입력 :2023/05/09 16:07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중에 들려온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소식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투자의 양면성을 짚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9일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서 “넷플릭스는 K콘텐츠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면서 “디즈니 IP 콘텐츠가 빠진 자리를 K콘텐츠로 채웠고, K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되기 시작한 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의 글로벌 산업화로 인재 풀에 역량이 축적되고 수출이 늘어나며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로 국가 브랜드를 높였다”면서도 “동시에 한국은 모든 IP를 내어주고 제작만 하는 낮은 부가가치를 갖는 글로벌 콘텐츠의 하청공장이 됐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도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살토(Salto)가 끝내 파산했는데 넷플릭스의 독점 가중화로 국내 플랫폼이 몰락하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공룡이 국내에서 제작 투자를 늘리면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제작 능력을 키운 점은 분명하지만, 국내 미디어 산업이 황폐해지는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협상력의 차이로 제작사는 드라마나 영화를 찍어내기만 하고 지식재산권(IP)을 내어주는 구조에서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더라도 일부 배우의 출연비를 제외하면 남는 건 하청공장뿐이라는 것이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교수(왼쪽)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쳑연구소 연구위원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의 노창희 연구위원 역시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우리 미디어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많고 향후에도 기회를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투자에 대한 우려점도 있는 만큼 넷플릭스 영향에서도 우리 미디어 생태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투자 확대를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의 노동환 리더는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 국내 제작자들이 여기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한령 당시 중국 자본이 빠져나갔을 때처럼 글로벌 자본이 갑자기 빠져나갈 대비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허승 왓챠 이사 역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단일 투자자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짚었다.

넷플릭스가 밝힌 투자 규모가 새로울 게 없다는 문제 제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넷플릭스는 실험적인 투자를 해왔고 ‘옥자’나 ‘킹덤’과 같은 성공을 거두면서 흥행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초에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투자 계획으로 연간 25편을 제시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이 산정한 내용은 연 8천억원 수준의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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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국 연간 8천억원 수준의 제작 투자를 하겠다고 이미 밝혔고 이 규모를 유지하면서 4년을 곱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방미 당시 밝힌 3조3천억원이 되는 것이라 사실상 새로운 발표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은 또 “넷플릭스가 지난해 전세계에서 제작 투자에 쏟은 돈은 24조원 가량인데 그 중 한국 콘텐츠로 수익을 거두는 것에 비해 연 8천억원의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엄청난 투자는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