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100개 파느니 비싼 거 10개" 소아과 의사, '폐과' 이유 3가지

생활입력 :2023/05/09 10:16

온라인이슈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문의들이 폐과를 선언한 가운데 해당 진료 과목 30대 의사가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30대 소청과 전문의라고 밝힌 A씨의 넋두리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최근 불거진 소청과 '오픈런'(Open-Run, 개점질주) 사태를 언급하며 의사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그래픽=뉴스1`

먼저 A씨는 기본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에 100~150명을 진료해도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며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 진료비(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검사가 많이 붙어서 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번다. 하지만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소아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회의감이 많이 든다"며 "누가 칼 들고 소청과 가라고 협박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지 않냐"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만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고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자유롭게 직종 변경하겠다는 거다. 단가 높은 비급여진료를 할 수 있는 타과로 직종 변경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처=2019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올린 '폐과선언' 영상 캡처)

두 번째로는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소아는 아픔을 표현할 수 없다. 제3자인 보호자와 소통하고 자세한 진찰을 통해 병을 파악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의사를 무서워한다. 울면서 날 걷어찬다"고 하소연했다.

동시에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다. 애들은 죄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체력은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너무 고맙다"며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꼬집었다. A씨는 "내 새끼 귀하지만 (병원에서)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며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 빠진다"고 적었다.

또 그는 "잘못된 부성애와 모성애의 발현에 맘카페,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로 몇 달 안에 밥줄 끊어지는 의사들 자주 봤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현재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체력적으로 살 것 같다.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탈주할 건데 부디 날 붙잡아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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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3월 대한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산, 낮은 수가, 지속적인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