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도 걱정, 안올려도 걱정…에너지요금 어찌하나

생활입력 :2023/04/16 08:45

온라인이슈팀

지난달 말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발된 가운데, 이를 재개할 시점과 그 폭을 두고 당정 사이 조율이 한창이다. 이달 내 한 자릿수 소폭 수준의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16일 에너지·물가 당국과 정치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발표가 미뤄졌던 전기·가스요금은 이르면 이달 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이달, 특히 다음주 발표 유력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06. 20hwan@newsis.com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당정 간 (요금 인상과 관련) 여러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지금은) 인상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 자꾸 (결정을 유보하고) 표류시킬 수 없다. 이번에 몇 년 분이 아닌 2분기 요금만 결정하는 만큼 이달 내에는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상안의 키는 당이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추 부총리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종적으로 방침을 정하겠지만, 전적으로 당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당이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며 모니터링하는 등 소통의 역할을 한다"며 "당이 중심이 돼 정부와 전문가,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당에 며칠까지 (결정)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이달 마지막 주가 유력 시 된다. 다음주에는 여당에서 에너지업계 간담회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당이 업계와 의견 청취하는 등 막바지 조율하는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란 점에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0일 국민의힘 정책위는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산업계 등이 함께하는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날 에너지 요금 인상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앞선 18일에는 대한전기협회가 에너지협단체를 초청해 주관하는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요금 정책 간담회'도 예정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책위 간담회에서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일정이 14일 예정됐는데, 다음날 바로 인상안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다음주 인상안 발표는 시기상조"라며 "다음주에는 학계와 업계 등 의견을 더 수렴하고 당정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당 민심 우려에…이달 또 동결될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달에도 동결되거나 인상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전히 여당 내부에서 인상 시 발생할 국민 저항을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당정이 31일 '국민 부담'을 이유로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폭 결정을 보류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골목에 늘어선 전깃줄. 2023.03.31. kgb@newsis.com

앞서 당정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얼마나 인상할 지 그 수준을 지난 31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당정은 "당정 협의회를 개최한 결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인상안 발표를 미뤘다.

당시 그 배경을 두고 야권과 업계 등에서는 여당이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저항에 부담을 느낀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그 상황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뉴시스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여론조사 수치가 낮게 나오다 보니 (인상 시 국민 저항 등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정무적인 시기가 발표하기에 부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추 부총리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상 여부의 키는 당이 잡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는 당이 우선 인상할 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다. 당이 중심이 되어 업계와 시민 등의 이야기를 충분히 청취한다는 부분은 당이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고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전·가스公 위기 고조…'한자릿수 인상론' 제기

전기·가스요금을 관장하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부담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정무적 이유 등으로 마냥 인상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전은 32조원의 적자를 겪고 있다. 1분기에는 6조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올해 한 차례 요금을 동결하면서 지난해 말 9조원에 육박했던 민수용 미수금이 1분기 약 2조원 추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말 기자들에게 "한전은 하루 이자 부담만 38억원 이상이고 가스공사도 13억원이 넘는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부담에 한전은 올해 8조원이 넘는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발행된 한전채 규모는 8조1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조8700억원) 대비 16.59% 증가했다.

하지만 이달 내 인상안을 발표하더라도 그 수준은 한자릿수의 소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부와 업계 등이 희망하는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기준연료비를 포함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h(킬로와트시) 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이중 지난 1분기 13.1원이 인상된 만큼,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하면 2분기 약 12원이 인상돼야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상을 결정 하더라도 보수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편 산업부는 지난 13일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폭과 관련 "구체적인 조정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