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연휴 시즌을 앞두고 제주도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 등을 낀 연휴 기간 제주행 항공권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코로나 종식 이후 제주를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는데, 공급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제주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14일 예약플랫폼 네이버 항공권에 따르면 성인 2명과 소아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 기준으로 어린이날이자 금요일인 내달 5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일요일인 7일 돌아오는 일정의 가장 저렴한 왕복항공권 가격은 87만5600원이다. 1인당 21만8900원 꼴이다.
이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다. 다음 달 5일에는 이미 오후 7시 이전 출발 항공권은 매진됐다. 돌아오는 7일 항공권도 오전 6시30분 제주 출발 항공편만 남아 있다. 앞 뒤로 하루씩 일정을 늘려 다음 달 4일 출발, 8일 도착을 한다면 그나마 시간대 선택이 조금 자유롭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86만원대로 여전히 비싼 값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인 다음 달 4일부터 5일까지 제주행 항공권 예약은 이미 90% 이상 마감됐다. 부처님오신날 연휴인 다음 달 26일부터 27일까지 항공권도 일찌감치 품귀 조짐을 보인다. 대구, 광주, 청주 등 지방 공항에서 제주로 오가는 항공권은 더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제주 항공권 가격, 왜 이렇게 급등할까
항공권 가격도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공급 대비 수요가 늘면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반대라면 떨어진다. 제주도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찾는 사람은 많지만, 항공 편수는 제한돼 있어서다.
실제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김포~제주 노선 운항 편수는 지난 1월 7148편에서 2월 6808편으로 4.8% 줄었다. 반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 1월 101만 명에서 2월 104만 명으로 3.0% 더 늘었다.
항공사는 수요가 많지 않은 시즌에는 할인율을 높인다. 반면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즌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특히 가끔 저렴한 특가 항공권도 판매하지만 그 비중이 극히 작다는 진단이다. 사실상 인기 노선이나 수요가 많은 연휴 기간에는 항공권 구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운임은 수요에 따라 할인 폭이 조정되는 구조"라며 "극성수기인 1~2월과 5월에는 수요가 늘어나는만큼 항공권은 빠르게 판매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평수기인 6월로 접어들면 할인 폭이 큰 항공권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제주도 항공권이 갑자기 비싸진 것은 아니다"며 "통상 항공권은 수요가 많은 주말이 가장 비싼데, 평일에는 지금도 왕복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면 살 수 있다"고 했다.
항공사들은 특히 주말 항공권 가격도 최근 특별히 더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수요와 공급이 모두 많아진 일본 노선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지며 상대적으로 제주 항공권 가격이 비싸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화한 제주공항…공급 확대 제한
현재 세계 수송량 1위 노선인 제주~김포 노선의 항공권 가격을 낮추려면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제주공항 슬롯(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은 지금도 포화 상태다.
추가로 항공편을 늘리려면 공항 용량 확대가 급선무다. 그러나 공항을 더 짓지 않는 한 제주 항공편 공급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도 문제다. 유류할증료란 항공유 가격 변동에 따라 승객에게 부과되는 일종의 할증요금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이 유류할증료도 덩달아 올랐다.
국내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경유 가격은 이달 현재 배럴당 102달러 수준이다. 한때 배럴당 180달러로 치솟았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많이 내렸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항공사 자율에 맡긴 요금도 문제
현재 국내선 항공요금은 항공사의 사전예고제(자율제)로 운영된다. 항공사가 미리 예고만 하면 상한 제한 없이 요금을 올릴 수 있다. 항공사는 국내선 항공편수를 줄여 국제선에 투입하고, 동시에 국내선 항공권 가격을 올려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항공기도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정해 국고보조금으로 제주도민 등에 대한 요금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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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선 항공노선 및 요금 합리화 방안 세미나'에서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내륙은 항공기 외에 버스나 기차 등 대체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제주도는 항공기를 대체할 운송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정 운임가격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