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솜즈는 촉매제에요. 돈 벌 수단이 아니라. 솜즈로 물결을 일으켜야 하는 거죠.”
임진환(49) 에임메드 대표의 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처음 품목허가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디지털치료기기(DTx) ‘솜즈(Somzz)’에 대해 그는 개발 초부터 ‘돈 벌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1호 DTx 개발사라서 너무 많은 책임감과 의무감에 짓눌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했다. 기자라면 수년간 기를 쓰고 개발한 제품으로 구워먹고, 살아먹고, 어떻게든 돈 벌 궁리만 했을 텐데 말이다. 임 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벌면 되고, 솜즈는 저변 확대를 위한 촉매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1호의 상징, 어쩌면 1호의 굴레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동안 에임메드의 솜즈에 대한 여러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지디넷코리아는 임 대표로부터 개발 단계의 비화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1호 기업은 당연히 우리
Q.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로 품목허가를 받고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랬죠. 1호 기업이 된다는 데 부담이 없진 않았어요. 그래서 품목허가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렇지만 임상시험에서 실험군 대조군의 차이가 확연히 나와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는데 문제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작년부터 ‘우린 1호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죠.”
Q. 자신을 했건 거군요.
“저부터 1호 기업이라고 믿어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희가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것은 없지만 식약처가 허가한 임상에서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없었다고 줄곧 생각했어요.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나서 내부적으로는 ‘허가가 된다’는 가정 하에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습니다.”
Q. 수면장애 완치율이 48%로 나왔다고요.
“지난해 1월에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서 신청을 했고, 2월부터 환자를 모집해 3월에 임상을 개시, 7월에 종료됐습니다. 실험군과 대조군이 각각 49명씩, 총 98명의 피험자가 임상에 참여했습니다. 대조군에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앱을 깔아서 이 사람들을 치료받는다는 느낌을 주게 했고 임상 환경은 동일하게 설정했습니다.
6주~9주 동안의 사용 과정 중에 이탈율이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10% 내외로 생각보다 적었어요. 완주를 한 피험자들은 완치율뿐만 아니라 불면증 심각 속도도 유의미한 하락을 보였습니다. 후속 조치로 6주간의 솜즈 사용 이후를 추적했습니다. 솜즈의 지속 사용을 통한 환자 상태의 안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6주 동안 꾸준한 복약을 하기란 쉽지 않은데, 앱은 아무래도 약을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마찬가지로 6주~9주를 유지하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약까지 복용하기는 꺼려지지만, 그래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불어나는 뱃살을 빼고 싶다거나 불면증처럼요. 수면장애는 굉장히 당사자를 힘들게 하지만, 정신과에 내원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수면 장애를 없애서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면? 사용 의지는 충분하다고 봐요.
미국에서 개발된 불면증 치료앱을 처방받고도 다운로드 받지 않는 사람이 절반이고, 앱 사용을 시작한 이후 끝까지 사용을 유지하는 사람도 반밖에 없어서 사용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솜즈는 다르겠냐고 누가 묻더군요. 미국은 환자의 자기 선택권이 매우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진 신뢰가 더 높은 편이죠. 또 환자들의 어떤 의료 처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믿음이 미국하고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Q. DTx 개발사들이 기기의 유효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디지털화, 즉게임 형식이라면 더 재미있게 개발돼 사용성을 높이도록 유도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효성과 디지털화의 조화 측면 말이죠.
“솜즈를 만들기 이전에 디지털 앱을 여러 번 개발한 이력이 있어서 사용자 편의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구동환경에 신경을 많이 써왔죠. 솜즈 개발 과정에서는 유효성에 더 집중했습니다. 의사가 처방하는 의료기기니까 그 특성에 더 집중해야죠. 의료기기라는 본질에 집중하되, 고도화 과정에서 업그레이드나 편의성 등은 더 향상시킬 겁니다.”
Q. 그렇다면 솜즈 앱의 고도화는 궁극적으로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거죠?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분명히 생길 겁니다.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또 다를 것이고요. 현 시점에서는 치료 유효성 확보가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치료를 받는 환자들한테 최적의 치료 효과를 줄 수 있는데 집중하는 게 맞아요. 고도화 방향은 그렇게 설정돼 이뤄질 겁니다.”
Q. 에임메드는 기업이니까, DTx 개발 착수를 두고 수익 창출 여부에 대해 내부의견이 분분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불확실성이 큰 고위험의 사업인 것은 맞아요. 처음 DTx를 개발할 때 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2명의 인력을 붙여서 총 3명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DTx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NUROW’라는 ADHD DTx를 게임 형식으로도 개발했습니다. 개발도 그렇고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생각한 것만큼 결과물이 안 나왔었어요. 그러다가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사업 과제가 나왔는데, 수면장애 부분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참여를 결정했고, 선정됐습니다.
첫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수면장애라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해보자’ 그랬죠. 이때는 인력을 충분히 투입해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에임메드가 과제 수행자로 선정되고 나니 임상시험을 진행할 전문가들이 모이고, 프로토콜도 생겼습니다. 과제에서 인건비 부담도 일정부분 해결하면서 회사 부담도 덜 수 있었어요. 그렇게 솜즈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Q. 기획 단계부터 의료진이 참여했다고요?
“에임메드 설립도 의사가 했어요. 설립 당시부터 의사들이 여럿 참여했고, 저만 이제 전문 경영인이지 이전까지는 전부 전문의였어요. 과거 제작한 ‘헤로마인드케어앱’ 등도 전문의 및 임상심리상담 교수들과 협업했습니다. ‘리커버앱’도 전문이 2명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헬스케어 분야는 근거 중심이 관건이기 때문에 모든 사업 추진 시 전문의 자문을 받거나 협업을 했습니다. 우린 의료계의 견해를 상당히 잘 청취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Q. 전문의와의 협업은 좋지만, 이것이 개발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나요.
“저희는 함께 일하는 의사들에게 기획과 시스템을 배우게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개발을 할 테니 와서 보고 자문해달라는 게 아니라, 의사가 직접 기획은 이렇게 하고, 시장조사는 어떻게 하며 개발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익히게 하는 거죠. 의사가 프로젝트 수행자여도 최초 합류할 때는 따로 방을 내어주지도 않아요. 팀원으로 함께 일하게 하고, 부대끼고 토론하면서 배우게 하는 겁니다.”
Q. 식약처와의 협업과정은 어땠나요?
“8년 정도 의료기기 품질 책임자로 담당하다보니 식약처의 엄격함을 익히 알고 있죠. 그렇지만 DTx에 대해서는 식약처 담당자 스스로 먼저 해외사례 공부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었어요. 무조건 성공하도록 노력할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정부는 품목허가를 해줬으니까 정말 좋은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에임메드는 맷집이 강하고, 수익 창출 경험도 많으니 후발주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3개소에서 솜즈에 대한 임상이 실시된다. 에임메드는 이를 위해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준비 중이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식약처가 임상 결과를 인정하면 연말 1차 의료기관으로 사용기관이 늘어날 예정이다.
Q. 국내 DTx 시장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차 의료기관에서 협업이 잘 되고 DTx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들 위주로 피드백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 수용도도 높아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죠. 1차 목표는 1천 명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고, 2차는 1만 명까지 모은다는 계획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솜즈의 다양한 버전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솜즈는 정신과 의사가 인지행동치료로 처방을 하게 됩니다만, 여러 버전이 개발되면 개별적으로 더 환자 맞춤형 처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관리할 계획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재되기 전 혁신의료기술 선정과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혁신의료 기술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3년에서 최대 5년동안 의료 현장에서 실제 처방하고 환자한테 얻은 데이터를 NECA 신용 기술 평가위원회에 보고가 이뤄진다. 이를 토대로 NECA가 혁신의료기술로 평가를 내리면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진다. 즉, 본격적인 상용화까지 최소 6년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Q. 현재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이용자 스스로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으로도 앱을 출시할 계획입니까.
“처음부터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치료 이전에 예방을 해주는 솜즈가 있을 것이고, 치료 이후 관리를 할 수 있는 솜즈도 필요하게 될 겁니다. 솜즈 제품군 내에서도 매우 개인화된 솜즈도 있을 것이고, B2B로 기업에 제공할 솜즈도 있게 될 겁니다. 이 네 방향으로 개발을 전부 고려하고 있습니다. 공황장애나 경도인지장애 등의 신규 파이프라인도 검토 중입니다. 식약처에서도 처방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기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관련 시장도 열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하지만 ‘앱은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진료비를 내기보다는 앱스토어에서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려는 이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렇죠. 처방이 필요 없는 영역을 무턱대고 열었다가는 아직 조성되지도 않은 DTx 시장까지 망가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 점이 고민거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방을 받지 앟아도 되는 DTx 시장이 시너지가 아니라 의료지출이 이뤄져야 하는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의료에 상당한 신뢰가 있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무료 인식도 매우 강합니다. 흡사 게임의 ‘확률 아이템’ 등과 같이 진행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관련 업계와 논의하면서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솜즈는 촉매제
Q. DTx의 급여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급여화가 되면 좋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DTx 수가를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로 책정하고 있어서 매우 낮습니다. DTx는 의료진 투입에 임상 기획과 리서치 등 상당한 개발비용이 투입됩니다. 들어간 돈은 많은데 소프트웨어 개발 공식을 적용하면 수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만약 5년 동안 100억의 매출을 낸다는 계산이 나오면 이 사업은 망한거죠. 개발 기간이 5년~10년이 들고 개발비용이 최소 100억원을 상회하니까요. 당초 혁신의료기술 사업이 끝나고 상용화까지 고려하면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데, 이 돈을 영업이익으로 채워야 합니다. 원가절감 노력과 더불어 1호 기업의 선점 효과도 필요합니다. 어려운 싸움이죠.”
Q. 급여화가 돈은 안 되어도 저변 확대에는 유리하겠죠.
“에임메드는 1호 기업인만큼 저변 확대가 먼저입니다. 산업이 생겨야 경쟁도 하고 마켓 소비자도 알 거 아니에요. 급여로 가고, 금액이 낮아도 팔겁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모을 때까지 버티면서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벌면 됩니다. 솜즈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저는 솜즈가 우리의 수익모델이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30만원이라고 해보죠. 의료소비자들이 결제하고 앱을 써보고서는 앱스토어에 ‘30만원 지출했다’고 댓글을 단다고 생각하면, 어휴 무섭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자체가 활성화되어야 ‘세이프 케어’ 영역과 예방 및 관리 생태계도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국민들이 인지를 해야 건보재정도 건전해질 수 있죠. 솜즈를 통해 그런 걸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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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호 기업이 되는 게 기업 입장에서 좋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더 많이 파는 것이야 말로 단순한 가치인데 전체 시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좀 답답하지 않나요?
“지금 주목을 받을 때 기술 수출도 하고 해외에도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죠. 전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야 말로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봐요. 솜즈를 돈이 되는 상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솜즈로 어떤 물결을 일으키는데 집중하는 게 대표인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