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한국 1호 DTx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죠"

①에임메드, 다년간 건강관리앱 개발 내공쌓으며 디지털헬스 기업 변모

헬스케어입력 :2023/03/21 17:56    수정: 2023/04/03 15:15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과거 tvN에서 ‘더 지니어스’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소위 ‘머리 쓰는’ 각종 게임으로 승패를 겨루는 방송이던 터라 코메디언 장동민이 출연했을 때 기존 출연자들은 그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다. 아니, 무시했다. 세상일은 모른다. 그런 그가 이른바 ‘갓동민’으로 불리며 맹활약해 최종우승을 거머쥐고 만 것이다.

임진환(49) 에임메드 대표는 의사와 교수 출신들이 ‘널린’ 국내 디지털헬스케어판에서 일견 ‘장동민’에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보험사에서 삼년간 일하기도 했다. 디지털헬스케어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훗날 에임메드가 여러 민간보험사들과 협업을 하게 된 데 도움을 줬으니 정말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임 대표가 장동민과 비슷하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 아니다. 의사 출신들이 그리 말한 것이다. 임 대표의 스토리가 그렇다. 2005년 에임메드에 마케터로 합류했다. 당시 회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던 시기였다. 이후 팀장, 본부장,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쳐 대표까지 올랐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밑바닥부터 내공을 쌓아 대표가 된 이후 그가 진두지휘해 개발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디지털치료기기(DTx) ‘솜즈(Somzz)’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 첫 DTx 허가, 불면증 분야에서는 전 세계 4번째 쾌거였다. 

경영학과 출신에 마케터 출신으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대표가 된 것이나,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판도를 바뀐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니 더지니어스의 장동민에 비견해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 에임메드 사무실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앞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리도록 있었는데, 회색 체크무늬의 더블브레스트 슈트에, 밝은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요샛말로 ‘힙’하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부리부리한 눈까지 퍽 강한 인상이었다. 솜즈 개발 이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십수년 걸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으로 변모 노력

Q. 어떻게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사업을 하게 된 겁니까?

“에임메드에는 2005년 1월에 합류했어요. 초창기 에임메드 설립자들이 2003년 메디포스트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저의 사수이기도 한 이영준 대표님이 취임했죠. 이 대표는 조직을 개편하고 있었고, 전 이 대표가 채용한 첫 번째 마케터였습니다.

합류한 이후 2년 동안 회사의 전 구성원이 바뀌었어요. 그들과 14년에 걸쳐 회사를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작정하긴 했지만, 이전에도 관련 경험은 있었습니다. 

에임메드는 2010년 스마트헬스케어라는 단군 이래 가장 큰 만성질환 관리 사업에 LG전자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거든요. 회사로선 첫 대형 정부 과제 참여였죠. 이형진 대표와 전 무진장 고생을 했어요. 3년 동안 대구에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원격의료 개념을 도입해 과제를 수행했죠. 그러다 알게 된 겁니다. ‘우리 의료도 ICT 기술을 만나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라고요.

Q. 여러 보험사와 협업을 했던데.

“2015년부터 기존 사업은 계속 하면서 디지털헬스케어로 사업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 해에 ‘리액트’라는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하는 앱을 생명보험사와 함께 론칭했죠. 요즘이야 보험사가 보상 혜택을 주는 서비스가 꽤 있지만, 당시만 해도 ‘리액트’가 처음이었어요. 이후 DB손해보험과도 걸음수 기준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중국 심천까지 가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리액트 밴드’를 만들어 7만 대 정도 팔았어요. 앱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된 거죠.”

Q. 그때부터 헬스케어 앱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가요?

“그렇죠. 2016년에 강원도 내 고령 위험군 산모들을 대상으로 임신성 당뇨를 관리하는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과제를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그때 개발한 게 ‘리커버 앱’이었어요. 리커버앱은 산모들이 병원에 내원해 임신성 당뇨로 판정을 받으면 리커버앱을 다운로드해 직접 본인 상태를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들이 채팅을 하면서 관리를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도 납품해서 공장 임직원들에 대한 만성질환 관리도 실시했고요. 덕분에 정부가 주는 큰 상을 받기도 했죠.”

Q. 심리 상담앱도 만들었던 데요.

“리커버 다음에는 ‘헬로마인드케어’라는 멘탈케어 코칭앱을 만들었습니다. 심리 상담사와 내담자가 앱에서 만나 화상 상담을 하는 기능을 가진 앱이었는데, 심리 콘텐츠를 보거나 본인의 마음 기록을 하는 앱은 현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사진=김양균 기자)

Q. 1999년에 설립됐으니 업력도 꽤 됐고, 사업도 여럿 진행했는데 상장은 아직이네요.

“하고 싶죠. 몇 번 시도하긴 했었어요. 과거에는 디지털헬스케어가 주목받을 때마다 기세를 몰아 우리도 상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돌이켜보면 상장을 위한 ‘체력’이 부족했어요. 지금은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사업 분야와 제법 탄탄하게 인프라를 갖춘 시니어 케어 분야도 있으니 과거보다는 체력이 생겼죠.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에 기업공개(IPO)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상장 주간사도 선정했고, IPO 전략도 계속 손보고 있고요.”

에임메드는 ‘토다케어’와 ‘더드림헬스케어’라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각각 간병, 요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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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인즉슨 솜즈(Somzz)가 괜히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게 아니다, 이거군요.

“저희가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해 낸 것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에요. 계속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앱을 만들어 온 노하우가 있었던 거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