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경쟁이 TV에서 냉·난방공조(HVAC)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 세계 HVAC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TV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에 밀린 전적이 있는 파나소닉은 HVAC 시장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나소닉은 스웨덴 공기질 및 공조장비 업체인 ‘시스템에어 AB’의 에어컨 사업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의 이번 인수는 유럽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 비롯한 세계 각국서 탄소중립 실현 위해 고효율 전기제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에 따르면 시스템에어 AB의 에어컨 사업부는 냉매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내온도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제조한다.
최근 EU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리파워 EU’ 계획도 그 일환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규제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HVAC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친환경 냉난방 수요 증가…中·日 주도 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삼성·LG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 전시회 'ISH 2023'에 처음으로 참가하며 유럽 HVAC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일러 대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는 EHS 제품을 선보였다.
EHS는 에어컨의 실내기에서 냉매와 물이 열교환되며 열에너지를 만들어 바닥 난방과 온수까지 가능한 에어컨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1~11월 유럽 EHS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인 118% 성장했다.
LG전자도 'ISH 2023'에 참석해 고효율 냉난방 공조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을 앞세우고 있다. LG전자도 신제품에 차세대 친환경 냉매 R290을 적용했다. LG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는 지난해 유럽시장 매출이 전년대비 120% 증가했다.
유럽 시장 매출이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HVAC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딜랩(Dealab)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HVAC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는 일본의 다이킨공업(12.3%)이다. 중국 기업인 미디어그룹(11.3%)과 그리(10.5%)가 각각 2,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아일랜드의 트레인 테크놀로지(7.1%), 캐리어(5.7%), 미츠비시(3.5%), 존슨 컨트롤(3.1%), 파나소닉(3%) 등이 잇고 있다. 상위 15위 기업에 국내 기업은 없었다.
그나마 TV 등 가전제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어느정도 쌓은 북미 시장에서는 주요 HVAC 전시회에 참가하며 유럽 시장보다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상업용 공조시장에서 12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시스템에어컨을 선보인 2014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2월 초 미국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에 나란히 참가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와 유럽 등 해외 HVAC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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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지만, 건물 현대화 등으로 전 세계 HVAC 시장은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HVAC시장은 2022년 2천95억달러(271조8천억원)에서 2026년 2천715억달러(352조2천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