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탈탄소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유럽 핵심 원자재법(CRMA) 초안이 14일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이를 예의주시 중이다.
지난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며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유인책을 내놓은 바 있다. 자국 혹은 동맹국에서 채굴되는 원자재를 일정 비율 탑재한 친환경 산업군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폐지됐지만 중국 역시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국산 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이 때문에 CATL, 비야디(BYD), 둥펑자동차 등 중국 기업은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덩치를 불렸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첨단 산업 중 보조금 때문에 역외로 떠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해당 지역과 동일한 보조금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EU는 오는 14일(현지시간) CRMA 발표를 앞두고 있다. 원자재 재활용 역량 확대와 원자재를 역내에서 10%이상 채굴하고 정제·제련 공정의 40%를 역내에서 해야한다는 단서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CRMA법안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무엇도 단언해서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RA와 같이 차별적 조항이 단서로 담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안 발표를 예의주시 중이지만 지금 전망을 내놓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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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에서 국가총생산(GDP)이 다소 떨어지는 국가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공장을 두고 있다. TCTF를 살펴보면 유럽 지역에서 GDP가 떨어지는 국가에 첨단 시설을 준공할 경우 가산을 주는 조항이 있는 것은 호재라는 분석이다. 3사는 유럽 지역 완성차 업계와 확대 노선을 걷고 있는 동시에 연간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공장 증설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다만 발목을 잡는 건 특정국에 매몰된 원자재 수급 상황이다. CRMA 초안에 따라 특정국에 조달 받는 원자재가 70%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하다. 실제 배터리 3사는 중국에서 탄산망간과 수산화리튬을 각각 100%와 84%를 공급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