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원자재법 살펴보니…韓 폐배터리 기술개발 시급

공급망 다변화 조항 핵심 아닌 듯..."국내 재활용 전구체 기술 개발 필요해"

디지털경제입력 :2023/03/20 16:25    수정: 2023/03/20 16:31

유럽연합(EU)이 핵심 산업 선점을 골자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지난주 공개했다.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항은 담기지 않았지만 전략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라는 단서가 담긴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지적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CRMA 초안을 살펴보면 코발트, 구리, 희토류 등 16종을 전략적 원자재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해당 원자재 소비량의 10%를 추출하고 40% 가공, 15%까지 재활용 역량을 보유토록 했다. 

EU 청사 사진.

업계가 주목하는 건 전략적 원자재 수입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맞춰야 한다는 조항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EU가 지정한 핵심 원자재 중 희토류와 리튬을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이 EU 역시 중국 산업을 노골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자재 공급망 관련 조항은 일종의 선언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희토류, 리튬 등 핵심 원자재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공급망을 전환하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공급망 관련 조항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용 슬로건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EU집행위가 발표한 원자재 공급망 관련 비율 조항은 강제적 조항은 아니다. 이는 초안에 담긴 일종의 가이드라인 개념이다. 최종 법안이 나오기까지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할 때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는 "EU 집행위에서는 몇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자재 의무 비율을 넣지 않기로 했다가 법안 발표 직전 삽입키로 결정했다"면서 "이는 회원국별 의무조항도 아니고 일종의 '벤치마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 CI

다만 이번 초안에서 핵심은 기업들의 재활용 역량을 키우겠다는 EU의 의지다. 실제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조르조 코르베타 유럽배터리제조연합(EUROBAT) 사무국장은 향후 원자재 재활용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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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현재 폐배터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만족할 만한 기술력은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폐배터리의 경우 전구체 개발이 핵심인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를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 중이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가격 상승 효과와 더불어 폐배터리 기술 내재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유럽은 기존부터 원자재 재활용을 강조하고 미국은 안전을 중시해왔다"면서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전구체 기술 개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밀리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