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성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2~3% 점유율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어제(16일) 발표한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에 710만㎡(215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 2024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5개 최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부장, 팹리스 기업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강국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에 도전장을 내미는 선전포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 삼성의 이 같은 투자가 자국 공급망을 확대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존 생산단지(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와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를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되는 대역사도 쓸 수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생산기지는 기흥캠퍼스(파운드리·LED), 화성캠퍼스(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 평택캠퍼스(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 등이다.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는 국가 전체적으로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가 700조원에 달하고, 고용 유발 효과는 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韓, 美·中 패권 경쟁 속에 반도체 생산기지 확보…파운드리 경쟁력 키운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한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 안보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유럽,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은 전폭적인 정부 지원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시설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용인 클러스터 구축은 한국도 뒤늦게 자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이번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도 반도체 자국화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자국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조항을 보면 기업 입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 많아 삼성이 보조금을 신청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도 마찬가지다. TSMC는 신주과학단지에 R&D 센터와 1.5나노 팹을 건설하며 핵심 기술은 자국 내 투자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자국 내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 선진화연구회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파운드리, 후공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향후 투자가 전부 미국에 이뤄지고, 국내 반도체의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며 "그러나 이번 정부와 삼성의 클러스터 발표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중요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에 장기적인 투자를 발표했다는 것은 우리 업계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다"고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서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조건의 가드레일에는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반도체 제조시설 확장을 금지 △1억5천만 달러(2천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추가 이익 공유 등이 담겼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미국에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이며, 보조금 신청을 검토 중이다.
삼성, TSMC처럼 생태계 구축…팹리스·후공정과 협력 강화
삼성은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TSMC 추월'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16% 점유율)는 2위를 기록 중이지만, 점유율 격차는 1위인 TSMC(58% 점유율)와 40%포인트(P)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3나노미터 공정 양산에 성공하는 등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가 파운드리 1등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2000년대부터 구축한 VCA(Value chain aggregator, 가치사슬 동맹) 협력체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삼성은 용인 클러스터에 5개 팹 외에도 국내외 우수한 소부장, 팹리스 기업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부장 업체가 연계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만들어 TSMC의 생태계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형준 단장은 "TSMC의 장점은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IP, 후공정 업체간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지만, 한국은 그동안 메모리 위주로 사업을 하다보니 삼성과 SK하이닉스 두 대기업만 있지 그 밑에 팹리스 등 생태계가 잘 구축이 안 됐다. 이런 이유로 삼성이 TSMC와 경쟁에서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이 150개 소부장, 팹리스 업체를 키우고 상생협력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파운드리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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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밸류체인 생태계 업그레이드,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 확보와 인력 확충 등 시스템 반도체 맞춤형 지원 전략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용인 클러스터에 대해 "한국이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