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세제 지원 확대

세계 최대 산업단지 구축…매출 1조원 규모 국내 팹리스 10개 육성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3/16 14:01    수정: 2023/03/16 15:05

정부와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를 국내에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설계·제조·후공정 생태계와 인력, 기반 시설, 세제, 재정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2035년 매출 1조원 규모의 국내 팹리스 10개 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인공지능·전기화 시대 산업·안보 공급망의 핵심이나, 한국은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세계에서 3%만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시스템반도체 분야 수출·투자 전략회의’를 열고 기업·기관과 정부 지원 과제를 논의했다. 전날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후속 조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팹리스산업협회,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LX세미콘·지니틱스·라온텍·에프에스티·케이씨텍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정부는 삼성전자와 함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원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5기를 짓는다.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기업, 연구소 등도 150개까지 유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용인 기흥구, 화성, 평택, 이천에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연계에 대형 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인근 소부장 기업과 판교 팹리스밸리도 연결해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소부장이 모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꾸린다.

민간 기업이 설계-제조 공동 연구개발(R&D)을 주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이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한 설계 기술과 자산(IP) 등을 확보하고,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서 소부장 제품을 같이 개발·양산할 수 있게 돕는다.

용인반도체산업단지에 들어설 SK하이닉스 공장 조감도(사진=용인시)

설계·제조·후공정 생태계 개선

정부는 전공정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설계에서 제조,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키우기로 했다.

R&D, 시제품 제작, 인력 확보 등 파운드리-소부장-팹리스 생태계를 혁신하는 데 민간 주도로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용 4나노 공정, 차량·가전 반도체용 레거시 공정 등 국내 팹리스에서 수요가 많은 공정 시제품을 양산용 파운드리에서 만들 수 있게 개방한다. 파운드리 회사는 소부장 회사에도 문을 열고, 디자인하우스·IP 기업과 손잡고 설계 플랫폼과 첨단 IP도 개발하기로 했다.

2035년에는 한해 매출 1조원을 내는 국내 팹리스를 10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산업부는 AI·전력·센서 분야 스타 팹리스를 이달 20개 뽑기로 했다. 기업 주도형 전용 연구개발과 설계도구-IP-개발-시제품-판로 등을 일괄 지원한다. 팹리스가 비용 부담이 큰 첨단 공정 시제품을 제작할 때에는 일반 공정보다 2배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비수도권에도 24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해 패키징 연구개발·생산 거점을 두기로 했다. 하반기 3천600억원 규모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후공정 소부장·패키징 기술 상용화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사람 뇌를 닮은 반도체 논문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전력·차량·AI 반도체 기술에 3조 지원

정부는 전력·차량·AI 3대 유망 반도체 연구개발에 3조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전력 반도체에 4천420억원을 투자한다. 모듈·집적회로(IC)·소재·소자 상용화를 지원한다. 2025년부터 2031년까지 6천653억원으로 차량용 프로세서와 센서 기술을 개발한다. AI 반도체에는 2030년까지 2조1천억원을 쏟아붓는다. 극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실증하기 위한 ‘K-클라우드’ 사업(잠정 1조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반기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국내외 자동차·가전·전력 대기업·공기업과 팹리스가 계획할 때부터 구매를 조건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는 수요 연계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건당 50억~80억원을 지원한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세제·재정 지원 강화

기업 시설 투자도 독려한다. 정부는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올해에 한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해 투자 증가분에는 10%포인트 세액공제를 더한다.

평택·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는 전력·용수 기반 시설을 차질없이 구축하도록 올해 1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 투자금을 모은 팹리스 펀드는 빠르게 소진해 내년에 새로운 펀드를 또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상용화, 마케팅,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한다.

이석희 한국 반도체 아카데미 원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아카데미 출범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반도체산업협회)

우수 인력 양성 및 인프라 구축

정부와 반도체산업협회는 다음 달부터 판교 반도체 아카데미에서 현장형 인재를 가르친다. 18개사가 강사를 보내 31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032년까지 정부·산업계 공동 신규 연구개발 사업에 2천228억원을 투입해 석·박사 인력 2천400명을 양성한다. 지역에서는 마이스터고, 계약학과, 특성화 대학원을 설치해 인재를 키워낼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과 첨단 공정 연구·교육·실증 인프라를 위한 한국형 IMEC도 만들기로 했다. IMEC은 벨기에에 있는 반도체 연구·인력양성 센터로, 96개국 산업·연구·학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관을 세워 소부장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위한 시험대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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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한·미 기술 협력 및 수출 지원

정부는 반도체 수출을 늘릴 방법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택했다. 한국이 강한 제조 공정과 미국이 강한 소부장·설계 사업을 협력한다. 소재·장비→제조→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주기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대규모 장기 사업도 추진한다. AI용 메모리반도체, 화합물 전력 반도체, 차세대 패키징 소재 등이 주요 과제다.

정부는 미국 반도체 거점인 텍사스와 실리콘밸리에 협력 센터를 신설해 현지 수요를 발굴하고 검증, 마케팅하도록 돕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