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메뉴 정할 때 예전엔 싸고 만만한 것이 삼겹살이었는데 이젠 가격 보고 많이 망설여져요."(40대 직장인 김모씨)
"우리 가게는 가격을 안 올려서 삼겹살을 1인분에 1만5000원에 팔고 있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니까 삼겹살 가격을 안 올릴 수도 없고 손님 떨어질까 걱정돼요."(서울 종로구 대학로 생삼겹살 식당 주인 이모씨)
서민의 회식 메뉴로 불렸던 삼겹살이 지난달 기준 1인분에 1만9000원대에 이르렀다. 외식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매일 끼니마다 물가를 체감을 하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삼겹살 200g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달 1만7159원보다 2077원(12.1%) 오른 1만9236원을 기록했다.
비빔밥이 지난해 같은달 보다 8.7% 오른 1만115원, 냉면이 7.3% 오른 1만692원을 기록한 가운데 삼겹살 가격의 오름폭이 크게 웃돌았다. 삼겹살은 김밥(3100원·10.4%), 칼국수(8731원·9.7%), 김치찌개 백반(7692원·7.5%) 등 직장인들이나 서민들이 주로 찾는 다른 외식 음식보다도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삼겹살 이젠 서민 음식 아니야"…외식비 아끼는 직장인들
부서 지원 비용으로 한 달에 150만원이 나온다는 모 기업 40대 부장 A씨는 "예전에는 쓰는데 한 달이 걸리지만 요즘은 보름이면 바닥을 드러낸다"며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부비를 줄이는 추세인데 회식 때마다 걱정"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 부장인 B씨는 "부서원 4~5명과 가볍게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잔하면 15만원 넘게 나온다"며 "예전에는 부서 회식 등에 사용하는 법인카드 한도가 20일 정도 지나야 소진됐는데 최근에는 보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마케팅 스타트업 회사를 다닌다는 직장인 박모씨(33·남)는 "올해 실내 마스크 해제되고 이제 좀 미팅도 마음 놓고 잡고 있는데 삼겹살 1인분이 거의 2만원인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저녁 약속 잡을 때마다 메뉴 고르는데만 1시간씩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4·남)는 "점심시간에 외부 식당을 찾으면 1만원이 기본이라 한두 번은 샌드위치나 빵을 사 먹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도시락 준비로 아침이 피곤해졌다는 C씨(30·여)는 "나가면 아무리 간단하게 먹어도 1만5000원 정도는 나오니까 1주일에 3번은 빈 회의실에서 동료들끼리 반찬 조금씩 나눠서 같이 먹는다"며 "돈을 아껴서 좋지만 도시락 싸고 집에 가서 설거지하는 것이 아직은 많이 귀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 가게 주인들도 '눈치'…가게 사정 힘들어도 물가대로 못 올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었다. 골목 상권에서 똑같이 생삼겹살을 팔아도 아직 삼겹살 1인분에 1만5000~1만7000원대 가격을 유지하는 곳도 많았다. 다만 고물가 시대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다들 한숨을 쉬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생삼겹살집 가게 사장은 "요즘은 술이랑 삼겹살 시켜먹고 그런 세상이 아니다. 손님들도 백반 위주로 아주 간단히 먹고 간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지금도 우리집은 삼겹살을 1인분에 1만5000원으로 팔고 있어도 장사가 잘 안 되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어떻게 올리나"라고 말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사장 D씨는 "이번달 소주값을 1000원 정도 올릴까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집은 다 5000원씩 받는데 우리집은 4000원이라 손님들이 좋아하시긴 해서 망설여지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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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근처에서 짜장면을 팔고 있는 배모씨(70)는 "물가 오른 걸로 치면 짜장면 한 그릇에 20만원은 받아야 되는데 우리집은 10년째 7000원"이라며 "주변 기업들도 힘들다 보니 직장인들도 점심에 안 들어오고 배달 주문도 30% 정도는 줄었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