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자사고서 ‘학폭’…당시 판결문 보니

생활입력 :2023/02/25 20:46

온라인이슈팀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57)의 아들이 강원도 모 자립형 사립고 재학 중 학교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해학생은 트라우마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였으나 정 변호사는 ‘전학 취소’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재판과정에서 법원은 “가해자인 정군은 사건 이후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간 정 변호사의 법적 대응으로 정군은 같은 학교를 약 1년간 더 다녔다.

◇“돼지새끼” 지속된 언어폭력에 피해학생은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25일 <뉴스1>이 입수한 정군의 학교 폭력 관련 판결문을 살펴보면 정 군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8년 3월 피해 학생에게 비하 발언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등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해 학교폭력위원회으로부터 서면사과 및 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에 정 군은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판결문에 포함된 당시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군은 2017년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피해학생인 A군을 “돼지새끼”라고 지칭하면서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또 A군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주도에서 온 새끼는 빨갱이”라는 말을 쓴 적도 있다고 한다.

다른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정군은 A군에게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넌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2학년이 된 2018년에도 정군은 피해학생에게 “돼지새끼”라고 지칭했고, 후배들이 전부 있는 앞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등 언어폭력을 했다.

당시 A군은 정모군 등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온 몸 떨림 현상이 일어났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30%였던 내신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고,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이에 A군은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다. 겨울방학 후 학교로 복귀해 생활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귀가(2월12일)했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3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 신고로 드러난 학교 폭력, “또다른 피해자도 있어”

이같은 정군의 학교 폭력 사실은 피해 학생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죽을 생각밖에 안 들었다, 힘든 학교인데 그런 것까지 당하니까 그냥 내가 참고 전학 갈까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설득해 주셔서 신고했다”며 자신의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정군의 부모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이에 한 위원은 “가해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치위원회은 정군에 대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높고,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는 낮으며, 화해정도는 전혀 없다며 가해학생 판정점수를 총 16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학 조치와 퇴학 조치에 해당하며 참석 자치위원 8명 중 5명이 전학 조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군의 부모는 전학 처분에 불복해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두달 뒤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는 ‘전학조치를 취소한다’는 재심 결정을 내렸고, 이에 학폭위가 다시 열려 서면사과 및 출석정지 7일로 징계가 완화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해학생 측이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고, 당시 해당 고교 교사는 “저희는 정군이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군은 본인보다 급이 높다고 판단하면 굉장히 잘해주고,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겐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습관이 있다. 또다른 피해학생도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회의를 거쳐 정군에 대해 ‘전학 처분’을 하는 재심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 측은 “정군이 반성을 안했다는 점, 피해정도가 심한 점, 학교 측 의견을 종합해 보면 강제전학이 필요하다”면서 1차 자치위원회 결정대로 전학 조처가 적절하다고 봤다.

◇전학 조치에 불복해 소송제기…법원 “죄책감이나 죄의식 없어”

이에 정군 측은 2018년 7월 춘천지법에 재심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재판과정에서 정군 측은 “별명을 부른 것에 불과하다”, “피해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의도가 없었다”, “언어폭력 정도로 고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피해학생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언어폭력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춘천지법 행정1부는 재심결정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군은 상당 기간에 걸쳐 피해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조치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정군 측은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후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해당 고교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군은 2019년 전학 조치됐으나 피해학생은 이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상적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편 정 변호사는 2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며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