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톱5 PC 업체에 속하는 HP와 델테크놀로지스에 이어 세계 PC 시장 1위 업체인 레노버도 결국 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해 4분기 매출은 24%, PC 출하량은 28.5% 줄어든 결과다.
HP는 이미 지난 해 11월 최대 9천 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델테크놀로지스 역시 6천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임금과 부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PC 수요 감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주요 제조사들은 올해 운영 방안을 지난 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제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출하량 감소도 당분간 불가피하다.
■ 레노버, 작년 4분기 매출·출하량 모두 감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1위 업체인 레노버는 지난 해 4분기(회계연도 기준 2022년 3분기) 실적 악화에 따라 인력 감축 의사를 밝혔다.
지난 해 4분기 레노버의 매출은 2021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53억 달러(약 19조 8천211억원)를 기록했다. 레노버는 "PC 부문 출하량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후퇴했고 유통 채널에 여전히 재고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PC 제품과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다루는 인텔리전트 디바이스 그룹(IDG)의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37%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집계한 수치 역시 이와 일치한다. IDC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레노버의 완제PC 출하량은 2021년(2천160만 대) 대비 28.5% 줄어든 1천550만 대다.
■ HP·델테크놀로지스도 감원 예고
인력 감축을 예고한 PC 제조사는 레노버 뿐만이 아니다. HP는 이미 지난 해 11월 최대 9천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델테크놀로지스도 이달 초 전세계 임직원 중 5% 가량인 6천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프 클라크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이달 초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그동안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 왔지만 이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IDC에 따르면 델테크놀로지스의 지난 해 4분기 PC 출하량은 2021년 동기 대비 37.2% 줄어든 1천80만 대다. 특히 감소 폭은 전세계 주요 PC 제조사 중 가장 크다.
■ 국내외 PC 제조사, 출하량 줄여 재고 낮춘다
IDC, 가트너 등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하는 출하량은 주요 제조업체가 시장에 공급하는 제품 수를 집계한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 공급된 제품 대수와 실제로 팔린 제품 대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과 별개로 출하량은 감소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올해 출하량 최대치는 지난 해 수준이며 당사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도 시장 축소를 예상하고 생산 계획을 잡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견 제조사 관계자 역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재고 제품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해 왔고 올해 생산량도 비슷한 기조 아래서 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 IDC "2021년과 비교시 왜곡된 해석 낳을 것"
2020-2021년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원격 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 수요 폭증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PC 수요 감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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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PC 시장 축소가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언 레이스 IDC 부사장은 "2021년은 역대급 PC 출하량을 기록했으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비교하는 것은 왜곡된 해석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해 PC 출하량은 3억 1천586만 대로 정점을 기록한 2014년 이후 최대치이며 북미,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내년부터 PC 출하량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