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난방비에 가계 경제 부담이 가중된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난방비 부담을 억제할 실효책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논란이 된 전문성 결여 인사라는 점도 뒤따른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 올해 1분기까지는 12조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지만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정부와 가스공사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1MJ(메가줄) 당 5.47원 인상했다. 요금 인상은 난방수요가 늘어나는 1분기 '난방비 폭탄'으로 되돌아왔다. 적게는 평소 내던 요금의 몇십%에서 많게는 4배까지 가스요금이 급증하면서 가계 경제 부담도 가중됐다.
■ 난방비 인상은 무조건 지난 정권 '탈원전'…정치공방 가열
가스공사 미수금과 난방비 인상에 따른 가계 경제 부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할 최연혜 사장은 실효적 대책은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는 올해 가스 요금을 1MJ당 10.4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을 뿐 부담 완화를 위한 장기적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최 사장은 지난달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난방비 인상 요인으로 지난 정부 탈원전을 꼽았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감축하면서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이 증가했고, LNG 수요가 기존 계획을 크게 웃돌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를 해결할 전략은 부재한 상황에서 책임 소재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탈원전과 가스 요금 인상은 특별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LNG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증대된 것인데 이를 알면서도 탈원전 탓을 하는 건 전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원료비 연동제와 해외 자원 개발 등 투 트랙 전략으로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의 가스공사는 어느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내정부터 전문성 결여 인사 논란…예견된 경영 악재
최 사장의 이같은 행태는 에너지 몰이해와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최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례 의원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냈다.
코레일 사장 재직 시절 공사 출범 이후 첫 영업흑자를 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 이면엔 자회사 쥐어짜기, 수익성 개선 없는 자산 매각,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촉발했다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자유한국당 비례 의원 시절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저격수로 활동했을 뿐 에너지와 관련한 경력은 일천하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사장은 산업부 출신 에너지통 관료나 정통 경제학자가 맡아왔다. 이승훈, 정승일, 채희봉 사장 등이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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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내정 당시에도 취임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가스공사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짜깁기한 내용을 제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중장기적 관점이나 철학이 부재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예시다. 첫번째 공모에서 3배수에도들지 못 하고 탈락한 인사가 재공모에서 사장으로 낙점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가스공사에서 1억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는 총 1천415명으로 전체 직원(4천126명)의 3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3명 가운데 1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 셈이다. 최연혜 사장의 1년 연봉은 1억 5천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