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국가전략첨단산업 시설에 투자하면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겠다고 정부가 입장을 바꾸자 국회가 둘로 갈라섰다.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여당에 맞서 야당은 대통령 한 마디에 국회가 무시당했다고 날을 세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비 투자를 촉진해 우리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https://image.zdnet.co.kr/2022/07/21/d0ee60fc3a4995f3baad0555993e94d4.jpg)
기재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하면 기본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높이고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 지원책이 너무 적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세제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애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원안, 정부 제출)에 대한 수정안은 대기업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의 8%를 세액공제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기재부는 재정에 부담된다며 현행 6%에서 2%포인트만 높였다.
![](https://image.zdnet.co.kr/2023/02/14/e61069cff4a5c91ffb3fd15b80bd7b1c.jpg)
야당 의원들이 바로 반발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정부가 ‘갈 지(之)’자 행보”라며 “여·야 합의가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안을 심의하기 앞서 부총리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재벌 기업의 매출액 추이 자료도 안 주는 마당 어떻게 법안을 들여다보겠느냐”고 비판했다.
![](https://image.zdnet.co.kr/2023/02/14/46eed25ca3a6ef92476dbea5b0b3c7b4.jpg)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세제 지원을 받을 반도체 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빼고 또 있느냐”며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이면 삼성전자에 세금을 1조7천억원 깎아주다가 3조2천억원을 깎아주게 되고, 4천억원 감면받던 SK하이닉스는 8천억원 아낀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은 “세액공제 효과를 평가하기도 전에 기재부가 또 다시 상향하려 든다”며 “기재부가 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지 일주일 만에 대통령 한 마디로 뒤집으면 기재부는 스스로 권위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ttps://image.zdnet.co.kr/2023/02/14/832477182bbcbc7e392792ed3c92242a.jpg)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언제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모른 채 너무 막연하게 어마어마한 세금을 공제한다”며 “갑자기 무엇 때문에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5%로 올려달라는지 이를 근거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 중소·중견기업도 많다”며 “시간이 갈수록 투자 상황이 나빠져 지난해 12월부터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답했다.
![](https://image.zdnet.co.kr/2023/02/14/3170fb2f5852a4fa6aa80237f5c8854f.jpg)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세금 혜택을 받은 반도체 회사 직원들은 ‘성과급이 적다’고 하더라”며 “국민 세금으로 이익을 낸 반도체 업체 직원이 성과급이 부족하다는 데 또 세금을 깎아준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소신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야당 의원이 지적하는 대로 이익은 온전히 챙기면서 설비 투자비를 나라에 내라고 하는 셈”이라며 “기업이 감당할 것을 다 감당했느냐”고 따졌다. 이어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가까이 ‘10만전자’ 될 때까지 국가가 많이 지원했지만 사회에 환원된 게 없었다”며 “10만전자에서 내려오니까 무조건 또 도와주자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야당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니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똑같이 생각하리라 믿는다”며 “얼마나 지원할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다퉈 세제와 재정을 뒷받침하는 경쟁국을 보면 우리가 우위를 지킬 수 없다”며 “기업이 부를 창출하면서 세금을 납부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윤대통령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세제 지원 확대 검토"2022.12.30
- 다시 국회로 간 반도체특별법…1월 처리 험난할 듯2023.01.04
- 반도체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2022.12.28
- 반도체 시설투자에 8% 세액공제…국회 본회의 통과2022.12.24
![](https://image.zdnet.co.kr/2023/02/14/4966205f8a8fc9a73beab9932988ebef.jpg)
배준영 국힘 의원은 “지난번 기재부가 대기업에 세금을 8% 깎아주자고 했을 때 놀랐다”며 “늦었지만 법안을 고쳐 산업 기반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기재위는 이날 오후 조세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15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