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실탄 1.6조원 쌓인 LG…M&A '정중동'

지주사 국내 CVC 설립 검토중…M&A 전문가 채용

디지털경제입력 :2023/02/14 16:51    수정: 2023/02/14 20:04

LG그룹 지주사 LG가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현금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M&A에는 신중모드라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는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CVC 설립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CVC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LG 측은 CVC 설립과 관련해 "타사들이 CVC를 설립한 것은 맞으나 실질적인 효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 CVC 설립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주사 CVC 설립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해 재계에서는 CVC 설립 움직임이 연이어 있었다. 효성그룹, LX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가 허용된 이후 1년간 9개의 지주회사 CVC가 설립됐고,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8천억원 이상 투자를 단행했다.

LG그룹도 지난해 상반기 CVC 설립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신규 CVC 설립에 적극적이지 않다. LG 투자자들은 주가 부양 효과가 강력한 M&A 추진에 관심이 많지만, LG는 수년째 '검토중'이란 입장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다.

LG는 보유 현금이 넉넉해 얼마든지 조단위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재무적 여건을 갖췄다. 지난해 4분기 기준 LG가 보유한 순현금은 1조5천900억원쯤이다. 1조2천억원 이상을 성장투자에 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광모 LG 대표 (사진=LG)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LG 문화가 있다"며 "최근 컨콜에서도 이전과 다를바 없는 스탠스였으며 CVC 설립이나 M&A 관련해서 이렇다 할 진전있는 멘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ESG 밸류체인 핵심사업과 관련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추진 검토에 대한 언급은 있긴 있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는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인공지능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 내부에서는 조용히 M&A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은 있다. 지난주 M&A 전문가 경력 채용 공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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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관계자는 "국내 CVC 설립은 검토 중이다"며 "이미 CVC가 있기 때문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A 전문가 채용은 인력 부족으로 채용한 일반적인 절차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