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병 들고 쫓아와"…역무원 떨게 한 지하철 진상

생활입력 :2023/02/12 16:36

온라인이슈팀

한 남성이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들고 역무원을 쫓아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훈방 조치로 풀려났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0일 방송된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에서는 지하철 역무원들이 출연, 진상 승객 경험담을 털어놨다.

4년 차 역무원 직원 송시영씨(앞)가 흉기를 든 남성에게 쫓기는 모습.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갈무리)

이날 4년 차 역무원 송시영씨는 "폭행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직원에게 다짜고짜 욕하거나 술에 취해서 역사 시설물을 때려 부수는 경우도 너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씨는 "흉기를 들고 위협했던 사람도 있다"면서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벌어졌다. 남성 A씨는 장애인 게이트를 마구 흔들며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내 손을 뻗어 송씨를 잡으려고 하더니 휴대전화 든 손을 들어 때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이윽고 A씨는 양손에 자기 짐을 들고 게이트를 넘어가려고 시도했다. 특히 A씨가 한 손에 깨진 유리병을 들고 있는 모습에 위협을 느낀 송씨는 거리를 두고 이 남성을 피했다.

CCTV 영상을 본 MC 김구라가 "왜 저러는 거냐"며 경악하자, 송씨는 "정말 웃긴 게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갈무리)

A씨는 요금을 내지 않고 게이트를 막무가내로 넘어가 역 안으로 진입했다. 송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이 우려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흉기 든 그를 뒤쫓았다.

이때 갑자기 송씨와 A씨 간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A씨는 한 손에 흉기를 들고 빠른 속도로 송씨를 쫓아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송씨는 "저분은 이유 없이 그런 거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저에게 주먹을 휘둘러 경찰에 연락했는데 그 모습이 안 좋게 보였는지, '내가 살갗 하나하나 다 파서 죽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도 저런 사람을 많이 상대했지만 눈이 돌아간 게 보이더라. 저 때가 제일 무서웠다. (깨진) 유리병으로 죽이려고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고받은 경찰이 출동했다고. 송씨는 "경찰들이 진압봉을 들고 제압하려 했는데 (A씨가) 조용히 있더라. 그러다가 제가 근무 끝날 때쯤 다시 찾아왔다"고 밝혀 출연진이 일동 경악했다.

역에서 소동을 피웠던 A씨가 경찰 진압 당시 아무 일이 없었다는 이유로 훈방 조치된 것이었다.

송씨는 "유리병을 주위에 휘둘러 다른 승객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가 (A씨가) 한눈팔 때 뺏었다. 근데 그걸 다시 찾으러 왔다"며 "역사 내 사무용품 중 위험한 것을 다 치우고 경찰을 기다리다가 결국 병을 찾아갔다. 저렇게 눈 돌아간 분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뛰지 않으면 직원이고 뭐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뛰었다"고 토로했다.

이 사연에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역무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걱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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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송씨는 "이런 일들을 처음 겪는 분들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겠지만, 저희 같은 역 직원들은 이런 일들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겪는다"며 "극단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단련됐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