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서버 부문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7억달러(약 8천598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인텔이 경쟁력 없는 사업 분야와 채산성이 떨어지는 실험적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2019년 네트워크 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스위치 장비용 칩 '토피노' 관련 추가 투자를 중단하는 한편 지난해 8월 시작된 RISC-V(리스크 파이브) 개발 플랫폼 지원도 반년이 채 안돼 종료했다.
인텔은 올해 약 30억 달러(약 3조 6천858억원) 규모,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 2천840억원)를 절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분야나 실험적인 사업들의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해졌다.
■ "네트워크 스위치용 칩 향후 투자 중단"
인텔은 2019년 6월 당시 설립 6년차이던 스타트업인 베어풋 네트웍스를 인수했다. 이후 이 회사가 제조하던 토피노(Tofino) IP(지적재산권)를 이용해 스위치·라우터용 칩을 개발해왔다.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닉 매컨은 인텔 네트워크·엣지 사업 부문 총괄로 이동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제품은 최대 400Gbps 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토피노3(Tofino 3) 칩이다.
그러나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6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네트워크 스위치 제품군의 향후 투자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데이터 처리 전담 IPU 집중...기존 고객사는 지원
이미 시장에는 스위치·라우터 분야에 다년간 경험을 쌓은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시스코와 브로드컴 등 통신장비 업체는 물론 2020년 엔비디아가 인수한 멜라녹스 등이 꼽힌다.
인텔은 토피노 기반 스위치·라우터용 칩 개발 대신 2021년부터 출시한 IPU(인프라처리장치)에 주력할 예정이다. IPU는 맞춤형 반도체 기반으로 데이터 처리를 전담해 CPU의 부하를 덜어주는 네트워크용 칩이다.
팻 겔싱어는 이날 "네트워크·엣지 사업 부문은 순항중이며 전략 전환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기존 고객들도 여전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RISC-V 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5개월만에 종료
인텔은 오픈소스 명령어셋인 RISC-V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패스파인더 포 RISC-V' 운영도 중단했다.
이 플랫폼은 업계 종사자와 학자·일반 소비자에게 통합 개발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지난 해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설계부터 검증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RISC-V의 단점을 보완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인텔은 26일 실적발표 직후 "패스파인더 포 RISC-V 프로그램의 운영이 종료되었으며 버그 수정이나 추가 출시 등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개발 요구사항에 맞는 타사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것을 권장한다"고 공지했다.
■ "패스파인더, 소규모 프로젝트... IFS와는 무관"
인텔은 지난 해 2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RISC-V 생태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팹리스 업체 싸이파이브(SiFive)와 인텔4 공정을 활용한 RISC-V 칩 생산에도 합의했다.
RISC-V 플랫폼 서비스 중단은 인텔·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최근 2년간 행보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인텔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은 인텔 내부 소규모 팀에서 진행하던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x86, ARM, RISC-V 등 주요 3대 명령어 체계를 모두 지원한다는 IFS의 목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 팻 겔싱어 "이익 내지 못하는 분야 비용절감 고려"
인텔은 지난 해 3분기부터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용 절감을 공언해 왔다.
지난 해 1분기 설립된 AXG(가속 컴퓨팅 시스템 및 그래픽) 그룹은 1년을 채 넘기기 전인 지난 달(12월) 폐지되었다. 아크 그래픽칩셋 출시 지연 등으로 최소 30억 달러(약 3조 6천8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칩셋을 만들던 인력은 PC 프로세서 등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으로, AI SoC 등 가속 컴퓨팅 관련 인력은 '데이터센터·AI 그룹'(DCAI)으로 이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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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G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부문 역시 비용 절감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인텔은 올해 판매관리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 달러(약 3조 6천858억원) 규모 비용 절감을 예고했다.
팻 겔싱어 CEO는 26일 "현재 전체 포트폴리오 중 뚜렷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