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명령어 세트, RISC-V(리스크 파이브) 기반 반도체를 설계하는 미국 스타트업 싸이파이브(SiFive)가 인텔과 손을 잡고 RISC-V 기반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싸이파이브는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가 생산한 RISC-V 기반 쿼드코어 칩 '호스크릭(Horse Creek)을 내장한 개발자용 메인보드 '하이파이브 프로 P550'을 올 여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호스크릭은 인텔 첫 EUV(극자외선) 공정인 인텔4 기반에서 생산된다. 인텔이 최신 공정을 자사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 생산에 먼저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ARM 대체제로 주목받는 오픈소스 RISC-V
RISC-V는 비영리 단체인 'RISC-V 인터내셔널'이 관리하는 오픈소스 명령어 세트다. 이를 이용해 시스템 반도체나 프로세서 등 어떤 제품이든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고 최종 제품을 판매할 때 로열티도 필요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RISC-V에 대한 관심도 최근 2-3년간 높아졌다. 저장장치 글로벌 기업인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은 SSD나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어용 컨트롤러 칩 개발에 ARM 대신 RISC-V를 채택했다.
여기에 지난 해 코어텍스 IP(지적재산권) 라이선스 문제를 두고 소프트뱅크 산하 ARM과 퀄컴이 분쟁을 벌이면서 'ARM 의존'이 지닌 리스크도 드러난 상황이다. 'ARM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RISC-V를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 싸이파이브, 인텔 통해 RISC-V 맞춤형 칩 생산
싸이파이브는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RISC-V 기반 맞춤형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이번 주 초 이 회사는 인텔과 공동으로 설계한 RISC-V 기반 쿼드코어 칩 '호스크릭(Horse Creek)을 내장한 개발자용 메인보드 '하이파이브 프로 P550'을 공개하고 올 여름 경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호스크릭은 싸이파이브가 설계한 고성능용 64비트 CPU 코어인 P550과 128KB L2 캐시 메모리, 2MB L3 캐시 메모리 등을 내장했다. DDR5 메모리와 PCI 익스프레스 5.0 등 최신 입출력 규격도 함께 지원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호스크릭 칩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통해 인텔4(Intel 4) 공정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인텔이 최신 공정을 자사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 양산에 먼저 적용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 EUV 기반 인텔4 공정, 지난 해 말 양산 채비 마쳐
인텔4 공정은 인텔 반도체 생산 공정 중 EUV(극자외선)를 이용하는 첫 공정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 메테오레이크(Meteor Lake)에 처음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해 6월 인텔은 반도체 학술행사 'IEEE VLSI(초고밀도 집적회로)' 심포지엄을 통해 "인텔4 공정은 현행 인텔7 공정 대비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최대 2배, 성능은 최대 20%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인텔은 또 지난 해 말 국제전자소자학회(IEDM)에서 "인텔4 공정은 2023년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 자체 제품인 메테오레이크 이외에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 인텔은 RISC-V 노하우 획득, 싸이파이브는 지정학 리스크 회피
인텔은 지난 해 2월 초 기술 공동 최적화와 웨이퍼 셔틀 우선 순위 지정, 고객 설계 지원, 개발 보드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 등 RISC-V 기반 반도체 생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이번 '호스크릭' 생산을 통해 RISC-V 기반 프로세서 생산 노하우 확보, 인텔4 공정을 통한 제3자 상용 제품 생산, IFS 고객사 확보 등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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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파이브 역시 대만 TSMC 대비 지정학적 문제가 적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인텔 반도체 생산시설 중 인텔4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미국 애리조나 주 오코틸로 소재 팹42가 있다. 또 아일랜드 킬데어 주 레익슬립의 팹34는 올 초부터 ASML EUV 장비 반입을 시작해 지난 22일 첫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