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 칼럼] 챗GPT(ChatGPT)와 디지털트윈

전문가 칼럼입력 :2023/01/24 10:13

양영진 디지털트윈협동조합 이사장·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대표·한국데이터산업협회 부회장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한다. 성공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목적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목적은 무엇인가?

2016년 알파고(AlphaGo)가 AI 열풍을 일으켰듯이 최근 챗GPT(ChatGPT) 열풍이 대단하다. ChatGPT는 소위 '지식인의 종말'을 고(告)하고 '지혜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오픈AI가 작년 12월에 ChatGPT를 출시하면서 일주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돌파하였고, 그동안 ChatGPT는 많은 이들의 감탄과 우려, 심지어 일각에선 예상되는 해악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ChatGPT는 미국의 오픈AI가  만든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채팅하듯 사용자가 대화창에 질문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그에 맞춰 답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ChatGPT는 이전까지 나온 챗봇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난도 높은 학술논문, 에세이, 시, 소설, 보고서 등을 단숨에 써내고, 복잡한 질문에 뚝딱 답을 제시하고 SW 프로그램 코드도 짜준다. 인간의 것인 듯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같은 주제를 묻더라도 질문의 뉘앙스와 요구 사항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어이없는 답을 내놓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놀랄 만한 발전을 거듭한 AI 기술의 결산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앞으로 Chat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ChatGPT와 같은 소위 초거대AI는 발견된 지식이나 축적된 정보와 데이터를 학습하는 능력과 이를 통해 정보와 지식 서비스 제공하는 능력이 인간을 초월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ChatGPT는 알파고가 AI 열풍을 일으킨 것 이상으로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정보와 지식의 보편화를 앞당겨 정보화와 지식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 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데이터는 폭증하고 정보와 지식은 넘쳐난다. 불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정보 과잉으로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주의가 흐트러져 주체적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복제와 위변조가 용이한 디지털 특성으로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기 힘들고 확산 속도도 순식간이라 자칫 혼란스러운 세상이 될 수도 있다.

ChatGPT는 AI 중심 정책만으로는 선도국가나 디지털패권국가가 되기 어렵고, 디지털 전환 정책이 성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과 학습으로 지성(知性)을 키우고, 영성(靈性)과 실험을 통해 지혜(智慧)를 구해야 한다.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대로는 안된다. 지식보다 지혜다. 지혜는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를 높이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디지털패권 국가와 맞닿아 있다. 이에, 몆가지 제안하고 싶다.

첫째, ChatGPT 같은 AI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도구를 잘 쓰는 사람과 아닌 사람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임진왜란에서 조총이란 도구가 승패를 갈랐고, 2차대전에서 원자폭탄이 일본 항복을 이끌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을 상기해야 한다. 다만 AI가 만능은 아님을 알고 써야 한다. 또한 AI를 쓰는 일과 AI를 잘 만들기 위해 인간지능을 연구하는 일, AI를 만드는 도구를 만드는 일, AI가 학습할 재료(데이터)를 확보하는 일, AI를 만드는 일, AI를 관리하고 역기능을 방지하는 일은 각기 다르다.

우리는 무엇을 잘하며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AI 도구는 잘 쓰지만 작동원리도 모르면서 AI를 과대포장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을 경계해야 한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ChatGPT와 같은 초거대 AI 도구를 활용하면 질문에 답을 편하게 얻을 수 있겠지만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고 학습할 데이터가 없을 경우 무용지물이다. 또 학습한 범위안에서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학습 범위를 벗어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외에 시공간과 상태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도구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목적과 용도에 맞도록 제한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과대포장에 혹하거나 나쁜 의도로 오남용되거나 악용할 경우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둘째, 문제를 잘 풀려면 문제를 식별하고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왜 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의하지 않고 어떻게 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개발도상국일때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따라가기도 급급해 '왜?'라는 질문은 사치였다.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해야 한다. 혁신해야 할 문제를 찾아서 정의해야 한다. 문제 정의없이 문제를 풀 수 없고, 목적없이 성공할 수 없다. ChatGPT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문제를 식별하고 정의하는 일은 못한다. 이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ChatGPT도 질문과 요구사항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기술과 도구로 해결할 문제를 찾을게 아니라 혁신이 필요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는게 우선이다. 교육계에서도 ChatGPT가 문제해결 능력을 저해한다고 못쓰게 할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증강하는 도구로 잘 활용하도록 해야한다.

지식(원리)을 발견하는 일과 학습하고 활용하는 일은 다르다. 또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일과 도구를 활용하는 일 또한 다르다. 교육과 연구개발도 이를 구분해 혁신을 위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셋째, 시스템공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상은 자연과 인간, 인간이 만든 문명도구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상호작용하면서 돌아가는 복합시스템(SoS: system of systems)이다. ChatGPT와 같은 혁신적인 도구가 출현하면 인간의 역할이 달라지고 상호작용도 달라진다. 법제도나 프로세스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시스템 구성요소인 3P(Products, People, Processes)가 조화롭게 바뀌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 좋은 IT시스템(Products)를 구축해도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People)과  프로세스(Processes)가 조화롭게 변하지 않으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게된다. 단편적 문제 해결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므로 시스템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스템공학은 인문학과 공학의 인터페이스다. 혁신을 위한 인간의 필요(Needs)를 개념화하고 개념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고, 실현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시스템 개발 방법론에 따라 실현해야 한다.

상상과 의지만으로 꿈을 이루기 어렵다. 나비의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심화하고 있다. 시스템공학적 접근은 인간의 인지편향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스템공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시스템공학 교육이 매우 시급하다.

넷째,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 실험을 통한 최적화가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서비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실 세상에서는 시간, 공간, 안전, 비용 등의 제약으로 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디지털트윈을 만들어 가상실험을 해봄으로써 미래변화를 분석, 예측, 검증, 진단 및 최적화해 현실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스마트한 제품, 공장, 도시나 국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각종 재난사고가 날 때마다 남탓과 책임공방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말고 재발 방지나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과거 재난상황을 재현해 사람(People)의 문제인지, 시설이나 장비(Products)의 문제인지, 대응매뉴얼(Processes)의 문제인지 원인을 규명해 필요한 조치를 하면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보다는 기술합성을 통한 스마트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데이터/정보/지식을 복제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IoT/빅데이터/AI플랫폼, 형상을 복제하고 서비스하는 GIS/BIM/CAD플랫폼과 기능과 동작을 복제하고 가상실험을 할 수있는 BAS(Big data, AI, Simulation)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합성하는 PoP(Platform of Platfoms)를 만들어야 한다.

메타버스도 디지털트윈과 VR/AR/MR 기술이 합성되면 가상체험을 넘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루면서 행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쫒아가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정하여 실행해나가야 한다.

설 연휴에 ChatGPT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질문과 학습으로 지성(知性)을 키우고, 인간의 영성(靈性)과 실험을 통해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智慧)의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양영진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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