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던 배우 윤정희(79)가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나자 영화계가 애통함 속에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윤정희가 출연했던 영화를 되돌아보는 것과 함께 고인과 인연을 언급하며 "별이 졌다"고 애도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트위터에 "배우 윤정희님이 별세했다. '청춘극장'(1967)부터 '시'(2010)까지 28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마지막 영화로 많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정희가 출연한 '독 짓는 늙은이' '분레기' '빗속에 떠날 사람'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의 스틸 이미지를 함께 올렸다. 이와 함께 고인이 출연한 영화 중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인 '안개' '장순의 수염' '내시' '0시' '무녀도' '명동잔혹사' 등 명단도 게시했다.
고(故) 신상옥 감독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은 페이스북에서 "별이 졌다"며 윤정희를 추모했다. 신 감독은 "신상옥 감독과도 많은 작품을 했던 윤정희 여사님. 우리 어머니 생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결국 알츠하이머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먼저 간 동료 선후배 영화인과 함께 영면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정희는 신상옥 감독과 '효녀 심청' 등을 함께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인과 인연을 이야기했다. 원 대표는 "1990년 한샘의 모델이었고, 그 광고의 조감독으로 선생님을 뵈었다"며 "이창동 감독님 '시' 시사회에서 만나 그 인연을 말씀드렸더니 '꼭 작품 같이해요' 라고 말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지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저 소녀 같고 언제나 우아했던 윤정희 데레사님, 하늘에선 평안하길"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한지일은 페이스북에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뵈었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후 언론에서 알츠하이버 투병 기사를 보고 놀랐었다"며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기사를 보니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한지일은 영화 '자유부인 '81'에 함께 출연했던 걸 언급하며 "대선배 배우들과 연기한다는 게 참 힘들었던 저를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이끌어준 선배"라고 했다.
윤정희는 2010년께부터 알츠하이머 투병을 해왔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함께 종종 대중에 모습을 보였지만, 병세가 악화한 2017년께부턴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백건우는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가 자신은 물론 딸도 알아보지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정희는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당뇨병과도 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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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후반까지 300여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하며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 배우로 꼽혔다. 국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당시 문희·남정임과 함께 여성 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다. 이후 사실상 은퇴 상태였던 고인은 2010년 60대 나이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통해 배우로 복귀,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종상·청룡영화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