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과 포용의 힘 지닌 미술작품 통해 K-아트 다시 밝힌다

역대 최대 규모 예술관광이 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디지털경제입력 :2023/01/16 18:33    수정: 2023/01/17 09:28

“올해는 검은 토끼해인 계묘년 새해로 토끼는 큰 귀와 밝은 눈, 빠른 뒷발이 있어 세상의 추세를 민감하게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으며 뛸 수 있는 민첩함이 있습니다. 국제적인 비엔날레를 만들어가는 재단의 모든 구성원이 토끼처럼 세상의 동향과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각자 맡은 일에 대해 역동적으로 대응하길 바랍니다. 올해 4월 7일 개막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여러분과 함께 최고의 광주비엔날레로 실현하겠습니다.”

지난 2일 광주비엔날레재단 시무식에서 박양우 대표이사의 신년사다. 지난해 순연했던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봄 열린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오는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진행된다.

참여작가 래리 아치암퐁(영국계 가나 작가)

도가의 근본 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차용해 온 이번 전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을 함축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드는 부드러움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힘을 새로운 표본으로 삼아 이숙경 예술감독(영국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수석 큐레이터)을 중심으로 참여작가들이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국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더욱 확장하여 선보인다. 세계 미술 현장을 광주로 집결하고 광주발(發)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해외 문화예술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연계 전시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2018년 시도했다. 이번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캐나다, 폴란드 등 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키비주얼

역대 최대 규모로 확장된 파빌리온 프로젝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본전시 이외에 해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 참여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전역을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총 3개 기관이, 2021년 제13회에는 2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올해 제14회에는 9개 국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파빌리온 프로젝트 참여기관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동시대 문화예술기관인 프레이머 프레임드(FRAMEr FRAMEd), 주한 스위스 대사관 문화과, 이스라엘 홀론의 디지털아트센터인 CDA Holon(The Centre for Digital Art Holon),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중국미술관, 캐나다 킨게이트(Kinngait)에 위치한 이누이트(Inuit) 협동조합인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코어퍼레이티브(West Baffin Eskimo Cooperative Limited), 폴란드의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Adam Mickiewicz Institute),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동시대 문화예술 및 시각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교류하는 기관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 각 국가가 국가관을 운영하면서 자국 미술을 소개하듯,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행사 기간과 맞물려 해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들이 자국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면서 국가 간 교류의 장이 된다.

광주비엔날레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역 내 문화예술기관과 해외 참여기관을 매칭 하면서 상호 협조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이들 기관은 3월께 설치 과정을 거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전시를 선보인다.

지난 2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열린 시무식

해외 참여기관과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본전시와 함께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광주 전역에 펼쳐지면서 동시대 미술의 생생한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독립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특히 국외 참여기관들은 광주지역 내 문화예술 기관과 매칭되어 전시를 추진한다. 광주지역 협력기관은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은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10년후그라운드, 양림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다.

이들 협력기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혹은 대안 공간, 사립미술관 등으로 광주 전역에서 동시대 미술을 지속해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비엔날레재단은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지역의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미술계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행사 이후에도 양측 기관이 지속적 교류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네 가지 소주제를 통해 전시의 대주제를 탐구한다.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은 광주의 정신을 영감의 원천이자 저항과 연대의 모델로 삼는다.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는 전통을 재해석해 근대성에 도전하는 예술적 실천을 탈국가적으로 조명한다.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은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와 관련해 전개된 방식에 주목한다.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은 생태와 환경 정의에 대한 행성적 비전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본다.

이번 비엔날레는 겉보기에는 상이하지만, 지구 전체와 이곳에 거주하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근대식민주의 사상에 지배당하던 지식 체계에 대안적 실천을 제안하는 목소리에 주목한다. 전통 치유법부터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집단 창작, 공예를 비롯한 다른 근대 예술 전통의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공존하는 방법에 중점을 둔 담론과 작업을 소개해 서로의 공통점과 고유성을 모두 아울러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다.

지역경제 및 관광산업 활성화 위해 지역 숙박업체와 제휴

광주비엔날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숙박업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공동 마케팅도 진행하면서 외지 관람객의 방문을 촉진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홀리데이 인 광주, 광주 유탑 부티크 호텔&레지던시, A.C.C DESIGN 호텔,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 등의 숙박객에게 광주비엔날레 입장권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또, 보다 많은 외지인이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광주의 문화예술 공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2일권 입장권을 개발했다. 예매 입장권은 티켓링크, 네이버 예약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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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가 선포됐다. 표어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 ‘케이-컬처와 함께하는 관광매력국가’다. 예술은 우리의 정신을 위로하는 문화이면서 관광이 되기도 한다. 비엔날레는 관광의 범주에서 공연‧전시를 감상하는 여행인 ‘예술관광’이다. 전 세계가 비엔날레 도시 광주를 주목한다. 빛고을이라는 광주(光州)의 지명처럼 가고 싶은 대한민국, 경험하고 싶은 대한민국으로 광주가 우리의 K-아트를 다시 밝힌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예술경영학박사, 헤리티지랩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