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문과침공' 보완책 나올까…"문과 '의대 지원' 허용?"

생활입력 :2023/01/12 10:13

온라인이슈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유·불리 문제를 보완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나서면서 주요 대학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입학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1.12. dahora83@newsis.com

명확한 보완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입에서 불리한 문과생도 의과대학 같은 이과 전공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라'는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교수진 반발과 우수 입학자원 포기 등 부담이 만만찮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전날 수능 위주 정시 전형으로 모집인원의 40% 이상을 뽑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지역 주요 12개 대학 입학처장과 간담회를 갖고 "대입에서 만큼은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입전형에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이 각기 다른 특성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서 입시에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 대교협과 소통하며 개선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전날 논의는) 수능의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이공계 학과에는 사회탐구와 수학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지원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어 "'확률과 통계'를 치른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데, 방법이 뾰족하게 없다"며 "선언적으로 대학도 문·이과 통합을 해보자는 게 가능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문과 침공'이라 불리는 교차지원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통합형 수능의 특성상 수학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현행 수능은 수학의 경우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 문제를 푼 뒤 선택과목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하나를 골라 치르고, 성적은 다 함께 산출한다.

선택과목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성적표에 적히는 표준점수도 공통과목 평균을 활용해 조정한다. 특정 선택과목을 치른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 평균이 타 과목보다 높을 경우 조정 표준점수가 오르는 구조다.

이로 인해 '미적분'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이 '확률과 통계' 평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이공계열에 지원하려면 수능 '미적분'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과 지망생들이 주로 미적분을 본다.

근본적 해결책은 수능 개편이다. 이는 수험생들에게 큰 변화이므로 적어도 바뀐 수능을 적용해 신입생을 입학시키기 4년 전에는 사전 예고해야 한다고 고등교육법에 못 박고 있다.

애초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이 추진 중이고 이는 내년 2월 확정, 202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2027학년도까지 4년 동안 통합형 수능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12월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2023학년도 대입 정시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함께 지원가능 대학·학과 참고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01.12. livertrent@newsis.com

통합형 수능이 첫 도입된 2022학년도 정시에서는 성균관대 등이 탐구 영역 '변환 표준점수'를 통해 문과 전공에 지원한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불이익을 줬다.

하지만 올해 정시에서 종로학원이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변환 표준점수를 분석한 결과 6개교에서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의 점수차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국어가 쉬워진 반면 수학은 상위권 변별력이 있어 교차지원 제동 장치를 두지 않았다는 분석이었다.

따라서 '미적분'을 보지 않아도 의대 등 이과 전공에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학이 수능 필수 응시 영역 제한 조건을 없애 우수한 학생이 확률과 통계 등 타 선택과목을 치를 수 있게 유도하겠다는 선택지가 남은 셈이다.

문제는 교수진의 반발이다. 한 서울 지역 대학 입학처장은 "이과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한데, 문과 학생들을 받는다면 성적(커트라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 학부제 도입 때 '기본 소양이 없는 학생들을 받아보니 교육이 힘들었다'는 인식도 설득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전날 입학처장 간담회에서 '융합형 인재로서 전공에 필요한 소양을 쌓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지원해 달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는데, 내부 반발을 고려한 대학의 셈법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에게 실효성이 있을지도 예측이 어렵다. 예컨대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이 '미적분'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계속되는 데 불확실성을 떠안고 선뜻 '확률과 통계'를 치를 지 판단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주요 대학이 문과생의 이과 지원을 허용해 줄 이유가 없다"며 "고려대, 연세대마저도 상위권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고 통합형 수능 자체의 불확실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부의 요구를 대학이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과 전공 지원에 '확률과 통계'를 허용하면 문과에도 의대 바람이 불고 쉬운 과목을 하려는 이과생이 나오겠지만 '미적분'에 가산점을 주고 합격자에게 입학 전후 온라인 등으로 사전 교육을 실시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방식을 택해도 교육부 관계자는 "당장 올해 고3이 치르는 2024학년도 입시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내년에 입시를 치를 올해 고2(202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2024학년도 대입시행계획은 사전예고제에 따라 이미 발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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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전날 입학처장 간담회를 마친 뒤 "각 대학의 대입전형 운영 결과, 전형별 합격 학생 데이터 등을 객관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전형 운영 방향을 모색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