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이탈리아 관광을 작심한 듯 끊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 상혼이 판을 치자 일본인들은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로마의 한 식당에서 일본인 부부에게 식사 비용으로 700유로(당시 약 104만원)을 내게 했다가 이탈리아 관광청이 사과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2009년도 일이다.
이때부터 이탈리아는 민간복장을 한 단속반원을 풀어 외국인들을 상대로 터무니 없이 가격을 부풀리는 관광업소의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일본인 관광객들의 마음은 굳게 닫힌 후였다. 소문이 돌고 돌아 아시아계 관광객들의 방문 감소로 이어지자 바가지요금 이미지를 일소하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나선 뒤에야 겨우 수습될 수 있었다.
이는 땅에 떨어진 '관광 신뢰' 회복을 위해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세월을 투자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설명하는 '극단적 예시' 가운데 하나다.
◆"비싸도 너무 비싸"…부정적 이미지 회복 '급선무'
"둘이서 갈치 먹고 14만원이나 나왔어요"
"동남아보다 비싼 제주도 이제 안갈래요"
"제주도는 우선 비싼 물가부터 떠올라요"
제주 관광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댓글들이다. 반세기만에 관광당국과 업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어젖힌 제주도가 맞딱뜨린 현실이다.
그동안 제주 관광은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뤘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1966년 10만명, 1983년 100만명, 2005년 500만명에서 2013년 드디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 젖혔다. 1962년 제주관광이 태동된 이래 반세기만에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역대 가장 많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2019년 1356만명보다 약 30만명 많은 1381만1068명의 내국인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유례 없는 호황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방역 완화로 해외여행이 재개된 후 상황은 약간 달라졌다. 지난달 내국인 관광객 수는 99만8065명으로 전년대비(108만8751명) 8.3%나 감소했다.
하늘길이 열리자 당장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부정적 댓글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제주도 역시 이탈리아와 같은 노력을 쏟아야 할 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와 공급 상관관계로 결정된 제주 지역 물가가 실제 '바가지 상혼'으로 비춰질 만큼 비싸지 않다는 업계 반응도 있다. 식당마다 맛과 수준이 제각각인 음식 가격을 '정찰제' 성격으로 획일화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중문에서 12년째 갈치조림 식당을 운영 중인 A(50·여)씨는 "생물 갈치를 매일 공수 받은 갖가지 해물을 아낌없이 넣어 손님상에 올린다"며 "일반 음식에 비해 조금 비싸다는 느낌은 줄 수 있지만, 무와 함께 조린 단순한 갈치조림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음식이지만 다른 식당과 엄연히 구성이 다르다"며 "풍성하게 들어가는 해물류 퀄리티가 다른 만큼 가격도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과다한 수리비 요구와 바가지 요금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제주렌터카 업체는 지난해 여름 '자정대회'를 열고 소비자에게 사과한 일도 있었다.
이들은 "여름 휴가철인 렌터카 성수기가 되면 대여약관에 신고한 요금 범위에서 할인해 받고 있음에도 부당 요금을 받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며 "렌터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자정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자정대회에서 이들은 렌터카 이용객들이 차량을 빌리는데 부담요소로 작용했던 교통사고 발생시 수리비와 휴차 보상금 등도 과다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쇄신을 위해 나선 업계 사례다.
◆제주도, '바가지 요금 근절' 불공정 행위 관리체계 구축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은 지난해 여름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을 위해 '청정제주, 공정가격, 착한여행'을 기조로 휴가철 담합 및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되풀이 되는 관광부조리를 근절하고 공정관광질서 확립을 위해 자치경찰단 내 '공정제주관광 특별대책본부'설치해 관광불편 민원 발생 즉시 현장 확인이 가능한 대응체계도 운영 중이다.
SNS를 통해 '#제값하는 착한가게 추천 릴레이'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관광업계의 자율적인 참여 아래 소비자들이 호텔 및 고급 상품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가성비를 강조한 홍보 마케팅 전략 변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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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수요가 대거 국내관광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싼 물가'라는 인식 전환을 위해 예년에 비해 더욱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에 따른 것이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