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롯데' 변수 될까

유료방송-홈쇼핑업계, 송출수수료 두고 갈등

방송/통신입력 :2022/12/09 16:15    수정: 2022/12/09 18:07

롯데홈쇼핑이 홈쇼핑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 정지 제재를 받았다. 유료방송업계가 홈쇼핑 사업자들과의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는 최근 롯데홈쇼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9년 과기정통부가 내린 업무정지 처분이 확정됨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내년 2월부터 7월까지 매일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TV 홈쇼핑 방송을 송출할 수 없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에 납품비리로 처벌받은 임직원을 누락해 제출했다. 이를 통해 공정성 평가항목에서 과락을 면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 롯데홈쇼핑에 6개월간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영업을 정지하라고 명령했고, 롯데홈쇼핑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롯데홈쇼핑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2019년 과기정통부는 수위를 낮춰 6개월간 매일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방송 송출을 금지하는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롯데홈쇼핑 송출 중단, 업계에 미칠 영향은

업계는 이번 처분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협상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불리하다는 의견과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관측이 오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송출 중단 기간 동안 번호를 옮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든 적든 새벽 시간대 매출이 빠지는 건 확실하다"며 "롯데홈쇼핑 입장에서는 6개월은 좋지 않은 채널번호로 이동해 있다가 그 뒤에 다시 좋은 번호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호 이동을 통해 손실을 줄이고 좋은 번호를 지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새벽 시간대가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시간대는 아니지만, 방송 송출이 안 되는 만큼 손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협상할 때 송출수수료 감액을 요구하다 나중에 한 발 물러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홈쇼핑업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 방송 송출 중단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별한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모바일이나 라이브 커머스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해 송출 중단 시간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단순한 홈쇼핑이 아니라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라이브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홈쇼핑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새벽 시간대 방송을 못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 같다"며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와 홈쇼핑, 올해도 홈쇼핑 송출수수료 두고 갈등

한편, 유료방송업계는 올해도 홈쇼핑업계와 송출수수료 협상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일부 홈쇼핑 사업자는 재계약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일방적으로 송출수수료를 약 70% 가량 감액 지급하며 논란이 됐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홈쇼핑방송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는 계약 체결 희망일 또는 계약 종료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다만 이해관계자들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협상도 고착됐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SO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성장세도 줄어들고 있어 감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O 가입자수는 1천293만명으로 전년 대비 30만명 가량 줄었다. 이에 비해 국내 TV홈쇼핑 7개사 송출수수료는 2020년 1조6천750억원에서 지난해 1조8천74억원으로 상승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홈쇼핑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가 끝나고 경기 침체가 겹치며 매출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송출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SO측은 홈쇼핑 사업자들이 협상 시기가 되면 일방적으로 송출수수료를 감액 지급해, 일방적으로 요구를 수용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또한 홈쇼핑 사업자들의 송출수수료 감액 지급이 현금흐름을 악화시켜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수신료 지급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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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콘텐츠 재송신료 협상에서 PP업계는 콘텐츠 제작비 증가를 이유로 재송신료를 올리고 있다. SO측은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증가하는 재송신료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송출수수료 감액 지급이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자의 일방적인 수수료 감액 지급으로 SO의 수익이 감소함에도 지상파 재송신료 등 비용은 절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상적인 사업 유지가 어렵다"며 "홈쇼핑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송출수수료 감액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