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한국적 춤인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무용가 정보경이 오랜만에 창작무용 신작을 발표한다는 소식이다. 공연 제목이 ‘안녕, 나의 그르메’다. 우리 마음속에 누구나 가진 따뜻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202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오래전 기억이다. 필자는 2006년 임학선댄스위 창작무용, 2015년 문화역서울284 RTO 융복합 스테이지 공연에서 관객으로 그를 두 번 봤다.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올해 필자가 참여한 ‘2022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의 미디어퍼포먼스 '신선유락락'(연출 안지형, 안무 정보경)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심정민 무용평론가의 비평(批評)에 따르면 무용가 정보경은 컨템퍼러리 한국창작무용을 본격화한 창작자로 일컬어진다. 특히 무용계에 고난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진중한 자세의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상황을 보내며 느꼈던 회복과 치유, 재생과 희망의 감정들을 2022년 성탄 전야에 우리에게 동시대적 춤으로 위로의 선물을 전한다.
공연에 김주빈, 선은지, 김시원, 송윤주, 김효준, 박혜리, 강민지, 성주현, 윤혜진, 이하윤까지 10명의 무용수가 동시대 사람들의 내면을 담은 춤을 선사한다. 이 작품을 안무한 정보경 안무가도 무용수로 직접 출연한다.
러닝타임 60분 동안 관객과 교감할 내러티브는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할까? 우리가 잃어버린 따뜻함에 대한 다정한 질문이자 탐험이다. 질문이 가득한 소녀의 내면은 꿈이 되고, 현실과 꿈이 뒤섞인 세계의 언어는 춤이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동화적 여정 속에서, 무대 위 존재들은 잊어버린, 혹은 잃어버린 어떤 순간들을 만난다. 그것은 어쩌면 ‘그르메’이자 소녀, 자신. 모두의 자기 자신. 당신에게 무엇이 없나요?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무엇을 찾고 싶은 건가요?”를 춤언어로 표현한다.
한국적 컨템퍼러리를 리딩하는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은 ‘예술을 통해 사람을 바라본다’가 창립 정신이다. 창의적 사고와 진실한 마음으로 춤을 위한 모든 예술의 행위를 지향한다.
지난 가을, 필자가 미디어아트 연출제작단장으로 총괄감독한 페스티벌에도 그 예술가정신을 보태줬다. 문화재 실경(實景)과 미디어파사드에 퍼포머가 합일되어 판타스틱한 신한류(K-컬처)의 성찬을 방문객에게 선사했다. 유네스코(UNESCO) 등재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사람-예술-디지털과 함께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헤리티지가 되도록 해줬다.
야외무대였던 수원화성 공연과 달리 실내 대극장인 이번 공연에 정보경 춤의 격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구성이 어떻게 압도적으로 다가올지 그래서 사뭇 기대된다.
정보경 안무가는 “공연은 기억이나 추억 속에, 사랑하는 존재들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삶에선 많은 것들이 변하였다. 공연예술계의 어려움은 수많은 창작자의 작품들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었으며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어둡고 아픈 작품들을 나 스스로도 한 명의 관객으로 지켜보며 과연 우리의 무대는 무엇으로 존재하여야 하는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번 신작의 창작과정을 회고했다.
공연물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 ‘위로’의 기능이다. 정보경 안무가는 작품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냉소적인 삶에 우리의 무대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기분 좋은 행복감을 준다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인간애의 회복’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라고.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하며 ‘한국적이면서 모던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그는 이론(理論)과 실재(實在)에서 다진 동시대적 감각을 이번 신작에 체화해 고스란히 담았다.
정보경 안무가는 “작품 '안녕, 나의 그르메'는 연민과 공감을 포괄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감정을 꺼내어 우리의 삶을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에는 동시대 예술작품의 메시지를 안무가 본인을 포함한 11명의 공연자가 선보이며, 드라마투르그 배소현, 음악감독 고지인과 조형주, 의상 배경술, 소품 김민주 등의 여러 스태프가 제작에 힘을 합쳐 작품의 몰입감을 확장한다. 춤의 본질적 요소에 철학적 사유를 입혀 현시대의 고민을 함께하고 이를 예술로 극복해 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 진정성이 오롯하다.
마음이 아름다운 예술가들이 모든 예술의 총체적 표현양식을 추구하는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Presents(선물)! 12월의 따뜻한 동화다. 이 공연에 주목하는 이유다.
'안녕, 나의 그르메' 공연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2월 23일과 24일 이틀간 무대에 오른다. 티켓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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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실험과 과감한 도전으로 한국창작무용의 혁신을 우직하게 실천해나가는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신작 ‘안녕, 나의 그르메’는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의 사람과 소통하는 선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동시대적 춤은 예술의 존재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탐색하며 우리에게 사유와 성찰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의 ‘따뜻함’, ‘자신’, ‘무엇’이라는 키워드는 우리 마음속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에 작금의 카타르시스가 되는 예술백신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