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디즈니 왕국을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2년 9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밥 아이거가 20일(현지시간) 사퇴한 밥 차펙의 뒤를 이어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이로써 아이거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사임한 지 2년 9개월 만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 또 디즈니 이사회 회장 사임을 기준으로 하면 11개월 만의 귀환이다.
■ 밥 아이거, 15년 동안 재직하며 디즈니 왕국 키워내
밥 아이거는 2005년 마이클 아이스너의 뒤를 이어 디즈니 CEO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그는 애니메이션과 테마파크 부문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부활을 위해 그가 꺼내든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국제시장으로 확장, 신선한 콘텐츠. 그리고 새로운 기술. 15년 동안 계속된 밥 아이거의 디즈니 시대는 이 세가지 키워드를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
콘텐츠 강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인수합병’이었다. 밥 아이거가 인수한 목록은 화려하다.
취임 이듬 해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픽사는 스티브 잡스가 야심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전문 회사다. 아이거는 당시 스티브 잡스에게 “픽사가 디즈니를 구원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2019년 회고록에서 고백한 내용이다.
2009년엔 마블(40억 달러), 2012년엔 루카스 필름(40억 달러)을 연이어 손에 넣었다. 하지만 밥 아이거 시대 최고 인수는 역시 21세기 폭스였다. 밥 아이거는 지난 해 713억 달러에 21세기 폭스 인수를 성사시켰다.
특히 밥 아이거는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디즈니는 3개월 여 만에 2천만 명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거의 공격적인 인수 전략이 큰 힘을 발휘했다. 특히 디즈니 플러스 출범에 맞춰 스타워즈 번외편인 '만달로리안'을 선보인 전략도 주효했다.
■ 밥 차펙, 주가 41% 폭락 등 실적부진으로 불명예 퇴진
아이거는 수 차례 사임 의사를 밝힌 끝에 지난 2020년 2월 디즈니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디즈니에서 27년 동안 몸 담은 베테랑인 차펙은 디즈니 파크 부문을 총괄해 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차펙 부임 이후 디즈니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달초 공개한 분기 실적 역시 월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안팎에서 극심한 비판에 시달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디즈니 주가는 올 들어 41%가 폭락했다. 지난 9일엔 52주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디즈니도 해고 단행…"어렵고 불편한 결정"2022.11.13
- 디즈니 플러스, 유료 구독자 증가에도 스트리밍 적자 확대2022.11.09
- 디즈니 ESPN+, 월 구독료 43% 인상2022.07.17
- 디즈니 전 CEO, 호주 디자인 회사에 투자2022.05.30
그 동안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던 테마파트 부문 역시 월가 전망치를 밑돌았다.
견디다 못한 차펙은 결국 사임하게 됐다. 차펙 사임과 동시에 복귀한 밥 아이거는 앞으로 2년 동안 CEO직을 맡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