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의 실존 인물이 18년을 지냈던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이날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가 샤를 드골공항 2F 터미널에서 자연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다.
나세리는 1988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공항 출국장에 거주했다. 나세리의 말에 따르면 그는 1970년대 이란에서 왕정 반대 시위를 하다 1977년 추방당했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1986년 유엔 난민 기구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다.
벨기에에서 거주하던 나세리는 1988년 영국인인 어머니가 사는 영국에 가던 도중 서류 가방을 도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이민 관리에게 여권을 제시하지 못해 출국했던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다.
프랑스 당국은 처음에 나세리를 추방하려 했지만 무국적 상태인 그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공항에 방치했고, 결국 그는 무려 18년간 공항에서 노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란은 나세리를 추방한 사실이 없다고 말해 나세리의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있다. 그는 공항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을 '알프레드 경'이라 칭했고, 공항의 작은 플라스틱 벤치가 그의 영역이 되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비공식적인 지원 네트워크가 형성돼 직원들이 그에게 음식과 책, 라디오 등을 제공했으며 의료적 지원도 있었다.
1999년 나세리는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익숙했던 공항을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공항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나세리의 오랜 공항 노숙 생활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관심을 끌었고 그의 이야기는 2004년 '터미널'이란 이름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는 나세리에게 25만달러를 지불했지만 실화가 그대로 다 반영되지는 않았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그려졌다.
2006년 나세리는 영화사에서 받은 돈을 가지고 공항을 떠났지만 대부분 돈을 쓴 후 몇 주 전 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는 프랑스의 보호소, 호텔 등지를 전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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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누리꾼들은 댓글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