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장례 치르게 해달라"…소식 없는 서울시

장례 위해 검안서 발급 필요하지만 수시간째 답 없어

생활입력 :2022/10/31 09:29

온라인이슈팀

“장례 치르려면 수원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에요.”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A씨(50대)가 취재진에게 내뱉은 말이다.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지인이 장례를 위한 서울시의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2022.10.30./뉴스1 양희문 기자

수원에 사는 A씨는 ‘아들이 동국대 일산병원에 안치돼 있다’는 실종자센터 측의 연락을 받고 급히 이 병원을 찾았다.

A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께. 하지만 4시간이 지나도 유가족 대기실에서 기다릴 뿐 장례에 필요한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

기다리다가 지친 A씨는 장례를 진행하기 위해 시체검안서를 발급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병원 측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시가 신속한 조치를 약속했는데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며 “검안서를 받아야 장례가 가능하고, 수원까지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어 아들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실에서 유족들은 막연하게 검안사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 이에 대한 이유나 설명이 필요한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지금 대기실에서 유족들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다. 후속조치를 약속한 서울시는 어디 갔느냐”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때 아들 B씨(30)를 잃었다. B씨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지인 C씨(50대)는 “A씨가 홀로 자식 둘을 키웠다. 자식들은 번듯하게 자라 딸은 해외로 나갔고, 아들은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10월에 A씨 가족이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에서 길을 걷다가 죽는 게 말이 되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대기실에 있는 유족들이 서울시 대처에 답답해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이 온 적도 없다”며 “그래서 취재진 앞으로 나왔다. 서울시에서 절차에 대해 빨리 안내해 달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사고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이날 현재 사망 153명, 부상103명이다. 2022.10.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현재까지 1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2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자들은 현장에서 동국대 일산병원, 의정부 을지병원, 의정부 백병원, 구리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순천향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은평성모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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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압사사고는 3년 만에 처음 열린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에 10만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