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정규직이 될거라며 기뻐하던 우리 딸, 부디 살아만 있길 바랐는데…"
30일 이태원 참사로 숨진 광주시민 A(24·여)씨 빈소가 마련된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
생때같은 딸을 잃은 가족들이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빈소에 서서 오가는 조문객들을 맞았다. 초췌한 표정의 가족들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슬픔을 삼키고 또 삼켰다.
A씨의 동생은 빈소에 놓인 영정 사진을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뒤늦게 A씨의 소식을 접하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빈소에 차려진 영정사진을 보고 고개를 푹 떨궜다.
A씨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전날 오후 6시께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태원으로 향하기 2시간 전인 오후 4시께는 아버지와, 향하던 도중이었던 오후 6시에는 어머니와 들뜬 분위기에서 통화를 했다.
가족들도 '잘 다녀오라'고 기쁘게 화답했지만, 이것이 A씨와 나눈 마지막 인사였다.
올해 2월 서울 한 은행권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타향살이를 해오던 A씨는 최근 정규직 전환 시험을 준비하다 지난 28일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광주로도 발령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A씨와 가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들뜬 마음에 다음달 3일 광주로 내려오겠다며 기차표까지 끊었지만 이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변을 당하고 말았다.
새벽까지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뒤 마지막 행적을 확인한 A씨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부랴부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디 살아만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지만 절망적인 소식을 맞아야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생전 활달하고 가족들에게 싹싹했던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며 빈소 허공을 수차례 바라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규직 전환 등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면 해외여행을 떠나자던 딸의 약속이 눈에 선하다고도 말했다.
민간의 대형 행사가 치러지는 것을 지자체가 모르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며 사고 책임을 방기해선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A씨 아버지는 "정규직 전환만 되면 모든게 잘 될 거라고 자랑하며 가족을 도닥이던 모습이 선하다. 목소리를 들은 지 불과 하루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황망하기 그지없다"며 "딸은 코로나19 확산 시기때문에 제대로 해외여행을 못 가 봐 항상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어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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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핼러윈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주최하는 행사라고 해도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대형 인파가 몰릴 것을 지자체가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며 "지자체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