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때부터 동생 밥해준 딸"…백여명 환자에게 새삶 주고 떠나

지인들과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진 후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100여 명의 환자들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5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이진주(29)씨가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뉴시스]장기기증을 통해 100여 명의 환자를 살린 이진주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2022.10.27

이씨는 지난달 13일 지인들과 식사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추정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힘들었지만, 이씨가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강릉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씨는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씨의 아버지 이윤식씨는 “딸 진주와 아들이 각각 6살, 3살 때 엄마와 헤어진 후 혼자서 아이들을 돌봐 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외부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보니 진주가 10살 때부터 동생을 데리고 밥을 해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스스로 잘 커줘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이씨가 회복하기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따뜻한 사랑을 나눈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다"면서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으니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