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비상착륙 순간…"5초간 쾅쾅 미친듯한 충격, 재난영화였다"

생활입력 :2022/10/25 11:07

온라인이슈팀

지난 23일 대한항공 여객기가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오버런)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탑승객이던 임신부 A씨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직접 전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인 24일 오전 8시쯤 세부 여행 전문 온라인 카페에 '사고 났던 KE631 탑승했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동체가 파손된 채 멈춰서 있다. (트위터 갈무리) 뉴스1

먼저 그는 "영화 한 편 찍고 나왔다. 비상 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머리 숙여'(Head down)를 반복하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운을 뗐다.

임신부인 A씨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숙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순조로운 랜딩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웃으며 손뼉 치고 안도했다. 남편한테 '아직 고개 들지 마, 혹시 모르니까 숙여'라고 말하자마자 '쾅! 쿵쾅쾅콰아앙!'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친듯한 충격이 가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와중에 배가 눌리길래 그냥 고개고 뭐고 드러눕듯이 누워서 벨트가 배 위로 오게끔 했다"며 "5초 이상 충격이 가해진 것 같았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비행기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울고불고 난리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승무원들이 화재 여부 등 바깥이 안전한지 확인한 뒤 미끄럼틀을 펼쳐 A씨를 비롯한 승객들의 하차를 도왔다. 탈출 뒤에도 비행기 폭발 위험 때문에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멀리 떨어져야 했다.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동체가 파손된 채 멈춰서 있다. (트위터 갈무리) 뉴스1

A씨는 "사고 직후 구글맵 켜보니 공항 끄트머리에 비행기가 있더라. 500m~1㎞만 더 갔어도 도로를 넘어 민가를 덮칠 뻔했으나 다행히 구조물 박고 멈춘 듯하다"며 "탈출 후 보니까 바로 앞이 민가더라. 민가 덮치지 않게 일부러 구조물 박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또 "랜딩 자체는 순조로웠는데 비 때문인지 속도가 생각만큼 줄지 않고 미끄러진 듯하다. 랜딩 실패했을 때도 '쿵'하며 충격이 가해지고 다시 상승했는데 그때 착륙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며 "공항 자체에 큰 문제는 없으나 아무래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정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A씨는 공항에서 대기 후 새벽에 현지에 있는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워낙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신적인 충격은 크지 않은데, 남편이 아주 놀랐더라. 제발 귀국 비행기는 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KE631 편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항공기는 당초 세부공항에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도착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상 악화에 세부공항의 계기착륙시설(lLS)이 작동하지 않는 등 겹악재로 두 차례 착륙 시도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항공기 기장은 세 번째 착륙하면서 자동 브레이크 도움 없이 매뉴얼 브레이크(양발로 브레이크를 잡는 것)로 항공기를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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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항공기에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정상 착륙으로 인해 기체 일부가 손상됐고, 세부 공항은 11월 7일까지 2주간 제한적으로 활주로를 운영하기로 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