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카카오 IDC 화재, 금융사 '슈퍼 앱' 전략 괜찮을까

외부 연계서비스까지 단절…구체적 점검 항목 부재 '사각지대'

금융입력 :2022/10/22 08:28    수정: 2022/10/24 13:39

지난 15일 일어난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 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벗들과의 연락 두절은 물론이고 발이 되어주는 택시를 잡을 수 없을 뿐더러 간편 송금 서비스까지 단절되면서 우리는 개별 서비스를 일일이 터치해야 하는 '상대적'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했습니다.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하루 정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사실보다는, 카카오란 이름을 붙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에 충전되고 저금된 돈에 문제가 생기진 않은 건지가 큰 문제였을 겁니다. 돈을 이체했다고 하는데 받은 이 없고, 카카오톡으로 받았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고,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를 해도 묵묵부답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보며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으리라 유추해봅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데이터센터 화재 후, 데이터 문제는 전혀 없었으며 금융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공표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여느 은행과 다르지 않게 주 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를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문제가 없었단 입장이고 카카오페이 역시 보유한 데이터를 여러 데이터센터에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재해에 대한 메뉴얼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카카오톡)

하지만 이 같은 회사 측의 설명에도 신뢰도를 100%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카카오 공동체'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고 다른 금융사에 비해 모바일 시장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두 서비스가, 다시 카카오톡을 통해 먹통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완전히 불식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뒤늦게까지 정상화에 애를 먹었던 것은 알림과 고객센터와 같은 카카오톡 연결 서비스였습니다. 두 회사 관계자는 "메신저 기반인 서비스가 있다 보니 순차적으로 정상화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카카오 사태'는 한 번만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위세를 떨치면서 우리는 계란을 한 그릇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IT 서비스 기업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토스를 필두로 많은 은행들이 수많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한 곳으로 뭉치고 있지요. 일명 '슈퍼 앱'이라는 전략이죠.[참고 기사☞ [금융 D-택트] KB국민은행이 쏘아올린 공, '슈퍼앱'은 대세인가]

(사진=이미지투데이)

슈퍼 앱은 모든 서비스를 한 데 담은 만큼, 하나의 오류가 터지면 모든 서비스가 마비됩니다. 반대로 슈퍼 앱은 고객 이탈을 줄이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가둘 수 있고, 이용자도 편리하다고 느낍니다. 아주 간단히 둘의 장점만 취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카카오톡에 전산오류가 있더라도 혹은 토스 서비스가 잠시 중단됐더라도 카카오페이와 토스뱅크를 끊김없이 쓰면 되는 일일 겁니다.

물론 카카오페이와 토스뱅크는 카카오톡·토스와 데이터센터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해 대응에 대한 메뉴얼도 훈련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재해가 터져야 얼만큼 그동안 공을 들였는지,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 쉬이 회사의 말을 수긍하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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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플랫폼 전략, 슈퍼 앱 전략에 대한 법 체계는 '애매모호'한 수준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자체 시스템이 아닌 외부 시스템과 연계된 서비스'의 비상운영계획을 수립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전무합니다. 전자금융법상 '제3자로부터 오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 정도로 보고 있는데, 초연결 시대에 외부 연계시스템으로 인한 비상운영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반문됩니다. 

현재 감독규정만으로는 달라진 전자금융행태를 담아내긴 어려워보입니다. 또 제법 플랫폼으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금융사들을 과거 만들어진 '금융전산 재난 현장조치 행동 메뉴얼'만으로 효과적으로 위기를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미 많은 은행들은 자체 인증서를 개발하고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요, 이 인증서는 은행 앱이 마비되면 활용이 어렵죠. 이 처럼 현실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