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카카오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나섰던 남궁훈 대표가 19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경영진 ‘모럴헤저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이슈를 해결할 적임자로 낙점돼, 메타버스 사업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모색 등 취임 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던 남궁 대표는 취임 7개월 만에 수장에서 조언자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남궁 대표가 선임된 건 지난 1월. 카카오는 4년간 이어온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체제에서 남궁 대표에게 단독으로 지휘봉을 넘겼다. 작년 말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직원 스톡옵션 대량매도 사태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을 잠재울 카카오 구원투수로 선정된 것.
그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심복으로 알려졌다. NHN 미국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 이듬해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며 출범한 카카오게임즈 대표 자리를 맡게 됐다. 재작년 카카오게임즈 코스닥 입성에 주역이기도 하다.
카카오 대표 내정 직후부터 그는 분주히 움직였다. 취임 한 달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그간 카카오톡 서비스로 쌓아온 채팅 역량을, 관심 기반의 오픈채팅으로 확장해 카카오만의 메타버스 세계를 펼쳐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주기도 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는데, 올해 최저임금 기준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천300만원 수준이다. 그는 “카카오 과거 주가를 보니, (주가) 18만원이 최고가였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15만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표 선임이 확정된 뒤, 또다시 간담회를 연 남궁 대표는 “사회가 카카오에 바라는 요구를 충족하고자,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공략하고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져나갈 예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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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00일이 흘러, 이날 남궁 대표는 금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먹통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카카오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간 추진해온 사업은 권미진 수석 부사장이 이끌어간다. 남궁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퇴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15만원 달성에 대해선,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졌다”며 “임기 내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