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카카오 지휘봉을 쥔 남궁훈 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행보다. 남궁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사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19일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비, 대응 상황이 이용자들 기대에 못 미쳐 장시간 큰 불편을 드렸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남궁훈 대표는 사고 재발 방지에 전념하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놨다. 최근 꾸린 비대위 재난대책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남궁 대표는 “예전에 사고 발생 후 대표가 그만두는 걸 보고 사임이 책임을 지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면서도 “사퇴는 곧 이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쏟을 것이란 약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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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카카오 대표에 오른 그는 메타버스 사업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주며, 내부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남궁 대표는 “출시 준비 중이거나, 새로운 사업은 권미진 수석 부사장 주도로 진행 중”이라며 “퇴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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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 서비스 바로 보상...무료 서비스는 신고 사례 접수 받아"
서비스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카카오를 혼자 이끌게 된 홍은택 대표는 “금번 사고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챙길 것”이라고 했다.
홍은택 대표는 “유료 서비스 피해는 바로 보상하고 있지만 무료 서비스는 신고 사례를 받아본 뒤 정책을 살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피해 접수 채널은 2주 정도 열어둘 것”이라고 답했다.
보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 관련, 홍 대표는 “기업휴지보험을 들지 않았다”면서 “아직 보상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했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면, 구상권 여부와 관계없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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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도구 이중화 안된 점 치명적 실패...데이터센터 완공 등 완전한 이중화 목표"
서비스 복구가 지연된 원인이 데이터 이중화 조처 부재라는 지적에, 홍 대표는 “이중화 수준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의 문제”라며 “우리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셧다운되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고 이중화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고객 데이터와 주요 서비스 운영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중화가 됐지만, 이를 다루는 작업 도구가 (이중화) 안됐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실패”라면서도 “완전한 이중화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그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서버 9만 대를 데이터센터 4곳에 분산했지만,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천 대 서버에 운영자 서버가 집중된 점이 문제였다는 것.
카카오는 4천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시흥에서도 내후년 데이터센터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체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와 내진 등 방재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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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C&C 책임공방은 본질 관련 없어...카카오 비판 달갑게 받아"
SK C&C와의 책임 소재 공방 관련해서 홍 대표는 “특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화재감식반 등 조사하시는 분들을 통해 투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홍 대표는 “SK C&C 전력 차단 초기 대응이 아쉽지는 않냐. 사건 관련 정확한 정보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화재 발생 시 우리 전산실로 공급되는 전력이 불에 탔다. 이미 그때 서버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됐다”며 “(전력 중단) 통보를 했냐, 안 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불이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물을 뿌려야 한다는 결정을 소방서에 했다고 하는데, 소방서가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정하는 게 맞다. 누전이 되기 때문에 전력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고, 그 결정을 SK가 아닌 소방서에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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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본적으로 이는 부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서 들었고 이런 얘기는 본질하고 관련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일차적 원인이 SK C&C에 있는데, 카카오에 많은 비판이 오는 것에 대해 억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카카오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달갑게 받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