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반도체 규제 '양날의 검'...수출 감소 우려에 '초격차' 기회까지

[이슈진단+] 美, 첨단 반도체 中 수출 금지...삼성·SK하이닉스 영향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0/12 08:34    수정: 2022/10/12 15:34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및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를 추가로 발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별도 심사를 받게 됨에 따라 당장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IT 및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향후 국내 메모리의 대중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美, 반도체 기술 수출 금지...삼성전자·SK하이닉스 별도 심사 적용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이달 21일부터 발효된다.

앞으로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칩(비메모리칩) 등과 관련된 생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중국에 수출이 금지된다. 글로벌 톱5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은 앞으로 중국에 장비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피해가 클 전망이다. 최근 YMTC는 128단 3D 낸드 생산을, CXMT는 17나노 공정 D램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기업이 첨단 공정으로 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내 생산 시설(표=지디넷코리아)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별도 심사를 적용하기로 해 당분간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는 후공정(테스트,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과 파운드리(8인치) 공장이 있으며,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또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도 28개 슈퍼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에 수출이 불가능하다. 엔비디아,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해당된다. 제3국에서 생산된 고사양 GPU도 미국의 허가 없이 수출이 불가능하다.

중국과 반도체 기술 격차 유지 가능…중국 수출 비중 60%에서 감소 우려

미국의 수출 규제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산업계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중국에서 가동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 등은 중국 기업과는 달리 사안별 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반도체 장비 공급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라며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AI 칩의 경우에도 국내 생산이 없어 단기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반도체 장비를 문제없이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삼성전자는 낸드 38%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낸드 생산량의 25%와 D램 중 절반을 중국에서 만든다. 양사의 중국 공장이 반도체 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메모리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미국 또한 메모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미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를 공급받지 못하면 IT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라며 "이런 의미로 미국이 양사에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별도 심사 기준과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당분간 양사는 중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번 규제가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어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규제로 향후 SMIC, YMTC, CXMT 등 중국 기업의 첨단 노드칩 생산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중국 기업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장기적으로 호재"라고 밝혔다.

김형준 단장은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서는 한국이 강하지만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중국 내 많은 팹리스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마켓 측면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라며 "중국이 파운드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게 되면서, 국내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감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GPU를 활용해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서버 등을 만들어 왔고, 여기에는 국내 메모리가 사용돼 왔다. 중국에서 GPU 수급난으로 서버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국내 메모리의 수출 또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중 60%는 중국(중국 40%, 홍콩 20%)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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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NPU를 만드는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의 GPU를 대체할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단장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 대다수는 미국의 디자인툴(EDA)를 활용해서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이 자국의 EDA를 사용해서 만든 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 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어 그는 "국내 AI 스타트업은 중국 외의 시장에 공급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