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수출 감소 불 보듯...'칩4 동맹'서 바로 잡아야

[이슈진단+] 美, 對中 AI 반도체·장비 수출 금지...韓 기업 파장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23 16:11    수정: 2022/09/26 08:01

미국이 중국에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금지에 이어 14나노미터(nm) 이하 장비 공급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며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국내 반도체 기업 또한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받게 되는 피해를 줄이려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명 '칩4 동맹'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공장은 해당 법안에서 제외되도록 미국과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국 반도체 굴기 막는다"…삼성·SK하이닉스 중국 공장도 '긴장'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기준을 더 높인다. 중국에 첨단 기술 공급을 원천차단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당초 수출통제 기준은 미세공정인 10나노 미만 공정 장비였는데, 이를 다음달부터 14나노 공정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대해 최근 상무부는 글로벌 톱5이자 미국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에 해당 내용을 서신으로 통보했다. 아울러 올해 미국이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에는 미국에서 연방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투자가 금지된다는 조항이 포함된다.

미국이 이처럼 규제를 강화하면서 삼성전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에도 긴장감이 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는 후공정(테스트,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과 파운드리(8인치) 공장이 있으며,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이들 기업의 중국 공장은 14나노 미만의 최첨단 미세공정 시설은 아니다. 하지만 14나노 이하의 반도체 장비 반입이 금지된다면, 향후 첨단 공정 증설이 불가능하게 된다. 계속 레거시 제조시설만 운영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중국 수출 금지법은 공급망을 차단해서 기술 이전과 부품 공급을 막고, 완성제품 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중국뿐 아니라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공장 기술 수준이 떨어지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공장 증설 및 신설을 막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기술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내 중견 중소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중국에 수출이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이 주요 고객사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중국에 14나노 미만 공정 장비 수입을 금지하면, 우리나라 장비 회사들도 중국에 장비 수출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첨단 공정의 핵심 장비는 못 만들지만, 후공정 장비뿐 아니라 전공정의 에칭, 세정 장비는 잘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이유로 칩4 동맹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주장해야 한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은 중국에 있지만, 한국 회사이기 때문에 장비 공급을 허락해줘야 한다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입이 어려워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핵심 인력을 유치해 자체 장비 기술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 AI용 반도체 공급 금지...국내 메모리 수출 감소 우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 AMD에 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허가 없이 중국으로 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차세대 기술인 'GAA(Gate All Around)'를 활용해 반도체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도 중국 수출 금지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미국 EDA 업체인 시놉시스(점유율 32%), 케이던스(점유율 30%) 등이 규제를 받게 됐다.

국내에는 GPU와 EDA 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당장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국내 메모리 업계의 수출 감소가 예상돼 우려가 크다.

김형준 사업단장은 "중국은 GPU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서버 등을 만들어 왔고, 여기에는 우리나라 메모리가 탑재된다"라며 "중국에서 GPU 수급난으로 서버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국내 메모리 수요 또한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중 60%는 중국(중국 40%, 홍콩 20%)이 차지한다"라며 "그만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국내 메모리뿐 아니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2차 피해도 예상된다.

유재희 교수는 "최근엔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중국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국책과제 선정에 제한을 두거나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매출을 잃게 됨과 동시에 중국의 투자도 못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를 법제화까지 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심할 것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적어도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열도록 미국에 주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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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NPU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GPU를 대체할 있는 수준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 역시 칩4 동맹 여부에 따라 성과가 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AI 반도체 업체 A 대표는 "중국에 NPU를 공급하는 기회가 생기거나, 반대로 공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에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전세계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경제위기가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A 대표는 "칩4 동맹이 도움될 수도, 오히려 이 때문에 중국에 수출을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런 부분을 기업이 미리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살아날 방법을 찾고 기회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