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의 '스트레스 냄새' 맡는다

英 연구진, "개는 사람 땀이나 호흡 냄새 통해 스트레스 감지...치료견 훈련 등에 적용"

과학입력 :2022/09/29 07:31

개의 공감 능력의 비밀이 이것일까? 개는 후각을 통해 사람의 땀이나 호흡에서 스트레스를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즈대학교 연구진은 36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이들이 문제를 풀기 전과 후에 각각 땀과 호흡 샘플을 수집했다. 참가자들은 과제 수행 전후에 스트레스 정도를 묻는 설문에 답했고, 연구진은 문제를 푼 후 혈압과 심장 박동 수치가 높아진 참가자의 샘플만 연구에 활용했다.

또 연구진은 개들에게 '냄새 골라내기(scent line-up)' 훈련을 시켜 연구자가 원하는 샘플을 골라낼 수 있게 했다.

냄새 골라내기란 경찰견에게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물의 냄새를 맡게 한 후, 용의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늘어놓고 증거물과 냄새가 일치하는 샘플을 찾게 하는 수사 기법을 말한다.

목격자가 안에선 밖을 볼 수 없는 특수 유리창 너머에 줄 지어 서 있는 용의자들 중 범인을 지목하는 범죄 영화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개는 냄새로 확인하는 셈이다.

개가 냄새 골라내기를 하는 모습 (사진=네덜란드경찰청)

연구진은 각 참가자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와 평온할 때 각각 채취한 샘플을 개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개들은 테스트 때마다 매번 '스트레스 샘플'을 정확히 골라냈다. 두 샘플을 채취하는 시간 간격은 4분에 불과했다.

이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땀과 호흡을 통해 평소와 다른 냄새를 풍기고, 개는 이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개는 모르는 사람의 냄새일지라도 스트레스 여부를 구별할 수 있었다. 개가 후각을 통해서도 사람에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에 참여한 개의 주인들도 "실험에 참가하는 동안 개가 집안의 감정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높아진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심리치료나 정서적 지원 등을 돕는 치료견 훈련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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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클라라 윌슨과 그의 개 레온 (사진=퀸즈대학)

연구를 주도한 퀸즈대학 심리학과 클라라 윌슨은 "이 연구는 개가 시각이나 소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후각만으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개가 사람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PLOS 원(Plos One)'에 게재됐다.